#마지막 수업

by 미셸 오
학원을 그만두기 하루 전날.

원래는 새로운 선생님이 오기까지 적어도 한 달은 버텨야 했었는데 다행히도 선생님을 구하였다 한다.


5개월간의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아르바이트였다. 1년도 아니고... 학원 원장은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많은 나를 고용해 주었고 시원한 외모만큼이나 싹싹하였었는데. 약속했던 8개월 기간을 채워주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죽어가는 엄마를 간병하는 무거운 시간을 죽일 수 있었던 소중한 5개월이었다.

학원은 엄마 집 근처였다. 고등학생들만 상대하다가 어린 아이들을 마주하며 의외의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색다른 즐거움도 겹쳐서 들어왔다. 아이들의 순수함...말 안들음...강의실에서 지지고볶는 시간들은 후딱 잘도 지났다.

예상보다 일찍 세상을 뜨신 엄마. 나는 임시로 몸담았던 이 곳을 떠나기로 하였던 것이다.





아이들은. 내가 그만둔다는 말에도 그저 멀뚱한 표정을 지을 뿐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4학년 남자아이들은.

"새 선생님은 어떤 분이세요?"

라고 떠나는 나보다는 이제 새로 올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나도 몰라"

약간은 서운해서 모른척 한다.


3학년은 여자아이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내가 쉬는 시간에 그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많이 그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는 말이 그렇다.

"선생님 떠나기 전에 그림 한 장 더 그려주시면 안 될까요?"

목디스크 치료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그들이 갖다 바치는 웹툰이며 만화 이미지들을 그려주었는데 떠나는 순간까지 내 목보다는 한 장이라도 더 그림을 얻어내려는 아이들.

그러나 이왕 떠나는 마당에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주기로 한다.

"착한 선생님이 왔으면 좋겠어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잘 가르쳐 주고. 무섭지 않고."

3학년 반에서 선생님의 애를 제일 많이 태우는 남자아이의 말이다. 사실 새로 오실 선생님이 젊은 여자 선생님이라면 이 아이를 감당치 못하고 수업시간마다 울고 말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옆자리에 앉은 짝하고는 매일 다투고 싸워서 그 아이들을 말리느라 매번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고 말싸움이 딸리는 한 아이는 울다가 가기를 반복할 것이다.

혹여나 싸우지 않더라도 저들끼리 잡담을 하느라 문제도 풀지 않고 수업 시간을 보낼 것이고. 조용히 앉아 문제를 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무리다. 그래서 어쩌면 간혹 이 두 남자아이들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 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착하게 굴면 전날의 속상함을 접는다.


오늘도 서로 약 올리며 다투다가 결국엔 한 명이 삐쳐서 책상 아래로 들어가 쪼그리고 앉는다.

매번 생기는 일이라 나도 이제는 그 아이가 스스로 지쳐서 나올 때까지 가만 놔둔다.

나중에 책상에서 나온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달래주니 눈물방울이 커다란 이슬처럼 대롱대롱 달린다.

아이들의 눈물방울은 정말 크다.


6학년 수업시간이 되자 이미 소문을 들은 여학생들이

"쌤쌤~그만두신다면서요?"

"왜 그만두세요? 계속하시면 안 되나요?"

"선생님이 목 디스크가 와서 바람 불면 머리가 쓩~하고 꺾인데~"

"하하하"

6학년은 역시 목소리가 커서 동굴 안에서 외치는 것처럼 크게 울린다.


"새 선생님은 남자야.아아주 잘생긴~"

아무 말이 없는 나를 대신하여 원장의 큰 딸이 불쑥 말을 꺼낸다. 아마도 면접하러 온 선생님을 먼저 본 모양이다. 나를 아쉬워하던 여학생들이 일시에 그 새로 올 잘생긴 남자 선생님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잘생겼어? 어떻게 생겼는데?"

조금 전에 울상을 지으며 나와 헤어지기 싫다던 여학생의 활기찬 물음에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난다.

"아이고~좋아하기는~ 잘생긴 남자 선생님이 온다니까 급화색이 도네~~"

라고 놀렸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깔깔거린다.

"아니에요~"

라고 하면서도.
"'그래 자세히 말해봐. 어떻게 생겼는지.."

"응. 얼굴이 엄청 크고 눈은 작고 배가 좀 나왔어~"

"에이~그게 뭐야~사실이야?"

아이들은 바로 실망한다.

웹툰 만화의 잘생긴 주인공 남자들과 방탄소년단의 외모에 열광하는 아이들이다.

그들이 열광하는 잘생긴 남자들의 이미지가 헛것임을 후일에는 알겠지만 지금은 그 또래의 세상에서

그것들만큼 신나는 것이 또 있을까.

아무튼 아이들은 새 남자 선생님의 외모를 대충 그려보고는 다시 나에게로 관심이 집중된다.

"다시 오시면 안 될까요?"

"못 와"

"왜요?"

"이사 갈 거야."

"음 그럼 우리 전화번호를 적어드릴게요. 그리고 우리 사진 찍어요."

그렇게 수업은 마쳐졌다.

너무 아쉽고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안타까워하고. 편지를 쓰고.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다음날.

진짜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 모든 학년의 과목들을 마무리해야 해서 조금 바쁘게 시간을 보내었다.

그날의 마지막 6학년 수업이 되었다.

아이들이 칠판에 뭔가를 적어 놓았다.

"선생님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니 놀아요~"

"안되는데~"

잠시 후.

조용한 가운데 시험 점수를 매기는 데 누군가가 내 코에 무엇을 갖다 대는 바람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이들이 책상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면서 웃고 난리다.

여학생 한 명이 하루 종일 신었던. 때가 시커멓게 타고 땀으로 전 그것을 벗어서는 내 코에 들이댄 것이다.

양말 주인은 떨떠름한 선생님의 표정에 신이 나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저 멀리 문밖으로 달아나버린다.

다른 애들은 배를 잡고 웃는다.

나는 요놈들이...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렇게 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트렌드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당할 수야 없지. 나도 같이 짓궂게 굴기로 하였다. 그래 알았어. 애들아. 너희들도 기억에 남는 마지막 수업이 되도록 해줄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수업을 재촉하였고 다시 실내는 조용해졌다.

나는 순간동그랗게 뭉쳐진 양말을 아이들의 코에 갖다대곤 씩 문질러 버렸다.

"너희들도 한번 맡아봐~"

급습을 당한 아이들은 죽을 상을 한다.

문밖으로 달아난 양말 주인은 겁을 내고 차마 들어 오지를 못하고 있다.

양말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우리만 당할소냐 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았다.

일단 양말 주인이 교실로 들어오면 문을 잠그고 양말을 그의 코에 갖다대는걸로.

우리는 조용히 공부를 시작하는 척 했고. 경계하던 여학생이 다시 교실로 슬금슬금 들어왔다.

그 순간 모든 학생이 행동에 들어갔다.

아이들과 합세해서 양말 주인의 코에 더러운 양말을 코에 문질러 버리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양말 주인은 황당해서 서 있고 다른 아이들은 목을 젖혀가며 웃는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수업은 냄새나는 양말 한 개로 기억에 남길 추억을 만들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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