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의 쌍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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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흑백 텔레비전이 집집이 한 대씩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주말의 명화> 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좋은 영화를 매주 방송해 주었다. '왕과 나' '혹성탈출' '애수' '닥터지바고' '터미네이터' '길' '분노의 포도' 등등의 영화들을 그 방송을 통해 보았으니 말이다. 또한 명절이면 가까운 극장을 찾아가 영화를 보고 오던 것이 유일한 오락이었던 시절.

그때가 터미네이터가 1편이 나왔을 때였으니 지금은 세월이 흘러 그 영화의 네 번째 후속 편이 나왔다.


그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동생은 극장에서 '이소룡' 주연의 영화를 보고 오더니 광적으로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어려서부터 몸이 날렵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동생을 부모님은 태권도 학원에 보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날아갈 듯 쏘아대는 이소룡의 주먹질과 발차기는 환상 그 자체 였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오이~~ 이~~ 야오~~" 괴성을 지르며 눈에 보이는 물건이며 벽에 발차기를 하고 주먹을 공중에 휘두르기 시작하던 때가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내 몸에 그 녀석의 주먹이나 발길이 닿는 것은 아니었지만 바로 옆에서 휙~휙~바람 소리를 내며 치근덕 거리면 미칠 지경이었다.

"야~그만 좀 해~~!"

짜증폭발 . 이때,

동생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코끝을 손으로 튕긴다. "오이이~" 하는 소리와 동시에 팔을 양 옆으로 독수리 날개처럼 하고 짖굳게 바라본다. 화가 난 단발머리 누나는 얼굴이 벌개서 소리치다 그 자리를 피한다.

그래도 자꾸 따라붙는다.

살짝살짝 몸에 스칠 듯 말 듯 권투선수가 스파링 연습을 하듯 약을 올릴 때 무서운 아버지가 나타난다. 그때서야 동생은 누나 골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한창 순진하고 까불기 좋아하던 동생을 감싸주고 타일러야 했었는데 그때는 나도 그보다 겨우 두 살 많은 사춘기 까칠소녀였던 것이다. 우리는 매일 그 일로 싸웠다.

그는 하루라도 가만히 놔두면 안될 것 처럼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방안에 늘어진 형광등 스위치를 돌려차기, 벽에 걸린 옷가지를 주먹으로 바람을 일으켜 떨어뜨리기 등 어쩌면 동생은 제2의 이소룡을 꿈꾸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정도 선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하루는 어디서 이소룡이 가지고 놀던 무기를 사 가지고 나타났다. 몇 개의 나무 토막과 쇠사슬로 연결된 그것은 휘두를 때마다 무척 위험해 보여서 차라리 맨주먹으로 할 때가 더 나았다 싶을 정도였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쌍절곤을 들고 등 뒤로 앞으로 넘겨가며 연습을 하였다. 자칫 잘못하면 조각난 나무토막으로 자신의 얼굴을 맞힐 수도 있었는데 겁도 없었다.

그리고 이소룡같은 근육을 만든다고 갈비뼈를 다 드러내고 아령을 들고서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하버드를 갔으리라.


후일 성인이 된 후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를 직접 보고 나서야 동생이 왜 그렇게 열광했는지 이해가 조금 되기는 하였다. 우리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생기면서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어느 날 그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영화 <용쟁호투>와 <정무문>을 보았을 때

노란색 쫄티에 미간을 찡그리며 괴성을 지르는 이소룡의 모습이 동생이 흉내 내던 바로 그것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내고 쌍절곤을 능수능란하게 갖고 노는 주인공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그리고 당시 동양인 배우로서 그렇게 잘 다듬어진 남자의 벗은 상체를 본 적이 없었기에 신기하기도 했고.

게다가 그 배우는 적과 대결을 할 때마다 입술을 교묘하게 비틀고 '아오~"괴성을 지르며 단번에 적들을 후려쳤다. 당시 성룡 영화가 상대방과의 대결을 한참 보여주는 쇼 같은 무술이라면 이소룡의 무술은 실제를 보는 듯 간단하고 명확하였다.

내가 이소룡이의 무술 실력을 인정했을 때 동생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던 모습이 기억난다.

흥분한 동생의 말이 의하면 이렇다. 이소룡의 발차기가 너무 빨라서 촬영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는.

아무튼 그 이후 동생의 권유로 중국의 소림사 무술이나 홍콩 무술 영화를 비디오로 많이 접했는데 역시 이소룡이 무술다운 무술을 한 배우였던 것 같다.

나는 이소룡 주연의 영화를 본 이후로는 무술을 좋아하는 동생에 대해 너그러워지긴 했다. 그리고 당시 남동생 또래의 남자들에게 이소룡은 절대적인 우상이었던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내 동생보다 더 심한, 노란색 추리닝까지 갖춰입고 쌍절곤을 든 남학생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흘러 동생은 이제 태권도도 해동검도도 단수가 아주 높은 마스터가 되어 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매년 호주에서 동생이 주관하는 호주 무림피아가 시드니에서 열린다.

그리고 많은 호주 태권도, 해동검도 선수들이 동생에 의해 배출되고 있다.

그러니 부모들이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지원해주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알아서 반복하고 연습해서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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