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비가 내렸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은 끼었으되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이 맑고 환하다.
잠깐 오다가 그칠 비라 생각되었지만 노란 우산을 받치고 길을 걸었다. 어릴 적 같았으면 정수리에 커다란 빗방울이 해주는 마사지를 받으며 걸었을 터이지만.
예상대로 오전에 일을 보는 동안 날은 말짱하게 개었다.
길 위를 조금 걷다 보니 무더위가 슬슬 엄습하는 데다 햇살이 사방이 캄캄한 방안에서 내리쬐는 전등불처럼 눈을 쏘기 시작하였다.
마침. 양산 대신 아침에 갖고 나왔던 노란 우산을 펼친다.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을 쓰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챙이 넓은 우산은 양산보다 볕을 더 잘 가려주기 때문이다.
한적한 거리를 걷노라니
하늘에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순간 잡았던 우산이 노란 어깨를 들썩이며 하늘로 솟아오르려 한다. 바람이 계속 불어오자 우산은 더 많은 바람을 안고 힘을 받으니 손만 놓으면 하늘로 날아갈 듯하다.
우산의 손잡이를 더 힘 있게 잡았다. 어라. 내 몸이 바람 먹은 우산따라 우산을 잡은 손이 쫙 펴지는가 싶더니 몸도 둥싯둥싯 날아오르려 하는 것이다.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잡으려는 것처럼 내 몸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데 기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우산을 쓰고 하늘로 두둥실 날았으면 좋겠다 싶다.
날아가려는 우산을 꽉 잡고 있으니 실없이 자꾸 웃음이 터진다.
나는 좀 과장스럽게 우산을 바람결에 더 맡긴 체 발 뒤꿈치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뛰어다녔다. 물론 거리가 한적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릴 적에
우산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던 롱치마 입은 여자의 그림을 본 기억이 난다. 나도 그 여인처럼 하늘로 맘껏 날아다니는 우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바람따라 우산을 타던 나는. 바람이 금세 가시고 나자 무척 아쉬운 마음으로 하늘을 본다.
십 년 전 이맘때쯤이었던가?
친구가 검고 큰 우산을 들고 나타났다.
태풍이 가시고 난 여름 한낮의 오후는 오늘처럼 무더웠다. 그녀는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거닐 때 그 검고 큰 우산을 펼쳤다.
"우산이 엄청 크네~"
"응 골프 칠 때 쓰는 우산이야~햇볕 가리는 데는 이게 최고야."
우리는 잠시 걷다가 바다가 보이는 방파제에 위에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탸풍의 뒤끝이라 바다는 아직 거친 호흡이 남아 있었고 한번씩 바람이 세게 불었다. 바닷물이 방파제에 부딪혀 얼굴에 까지 튀었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쓰고 있던 우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서로 힘을 주어 꽉 붙들곤 하였는데.
둘이서 사고 온 커피를 먹으려고 캔 따개를 여는 순간이었나 보다. 둘 다 우산의 손잡이를 잠시 놓았다. 순식간이었다. 쌩 하는 거센 바람이 불더니 펄럭하는 소리와 함께 우산이 하늘로 붕 솟았다. 그리고는 바람따라 방파제 위를 콩콩 튀는가 싶더니 재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우리 둘이는 화들짝 놀라 그 우산을 잡으려고 방파제 위를 뛰었고 우산을 잡힐 듯 말 듯 데굴데굴 구르다가 엎치락뒤치락 몸을 뒤틀었다. 거의 우산이 친구의 손에 잡히려던 찰나였다.
그것은 갑자기 하늘로 비행접시처럼 높이 솟구치기 시작하더니 먼 바다로 빠르게 날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 검은색의 비행접시 같았다.
"아 ~~ 안돼~"
"아이코~어떡해~"
우리는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내며 비행접시를 떠나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두둥실 날아가던 우산은 빙 그르르르 도는가 싶더니 바닷물 위로 떨어져 둥둥 떠가고 말았다. 나중에는 우산이 뒤집혀 손잡이만 보였다 안보였다 하였다.
멍하게 섰던 우리는 다시 우산을 썼던 자리로 허탈하게 돌아왔다. 우산을 쫓느라 거의 다 쏟아버린 커피를 쓰디쓰게 마시며 우산을 삼킨 바다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만일
그 바람에 그 우산의 무게였다면 그 우산을 잡은 사람은 분명 하늘로 떠올라 둥둥 날았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