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습니다>애나 모리 로버트슨 모지스.
76세 때 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600점의 그림을 그렸다는 모지스 할머니.
그녀는 책의 제목에도 있듯이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한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정말 천국의 모습처럼 평화롭고 아름답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처럼.
원근법은 무시되고. 예전에 술탄의 왕국에서 궁정 화가들이 그렸던 그림처럼. 집 하나하나 사람들의 모습들이 자세히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우리 엄마는 76세에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는데. 모지스 할머니는 인생을 시작했다?
나는 모지스 할머니의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아마도 사랑이 넘쳤던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과 신앙심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누구나
지니온 삶을 반추할 때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때를 그려본다.
그러나 고통은 고통으로 남을 뿐. 아름다은 시간만을 추억의 창고에 저장하고 "그 시절이 좋았다"라고 할 뿐이다. 대부분.
그러나 모지스 할머니는 그렇게 산 것 같지 않다. 그녀에게 삶의 시련은 삶의 기쁨과 동일한 것이었고 그것들을 담대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으니 말이다.
그녀는 책에 이렇게 썼다.
"나는 아이를 열 낳았는데 그중 다섯만 무사히 자랐습니다. 한 명은 6주를 살았고 나머지 넷은 죽은 체 태어났어요........ 아름다운 셰넌도어 밸리에 나는 조그만 무덤 다섯 개를 남겨두고 왔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삶에 지쳐서 자신의 힘이 아닌 타인의 힘을 빌려 살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모지스는 그런 나약한 삶의 태도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녀는 결혼 전에도 집안일에 도움이 되었지만 결혼 후에도 끊임없이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힘들었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나는 가끔 침대 위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때 모지스 할머니의 다음 글을 떠올리며 벌떡 일어나곤 한다.
"나는 늘 내 힘으로 살고 싶었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죠."
모지스 할머니의 이 글은 나에게 삶의 지혜를 주는 것만 같았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늘 잔소리를 하듯이. 나는 엄마가 주는 삶의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였던 것이 후회가 된다.
그녀의 그림 속 나라는 이 세상의 나라 같지 않다.
살고 싶은 공간이다. 빨래를 하고 젖을 짜고. 썰매를 타고. 누구나가 겪는 일상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담담한 이야기 속에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는 감사함으로 성실함으로 넘쳐난다. 그래서 그녀에게 지나온 시간들은 고통도 기쁨도 다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우리네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아름다운 그림 속에 펼쳐진 일상적인 삶 안에 내가 있고. 내가 흘렸던 고통의 눈물과 기쁨의 환호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한다.
삶은 한 폭의 그림이구나.
각자의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그녀 역시 물질적으로만 풍요하고 삶의 여유가 없어진 오늘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이 말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의 그 즐거웠던 삶의 기쁨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던 보랏빛 나팔꽃 무더기를 바라볼 때의 그 설렘. 길가에 번데기 장수들이 줄지어 선 것만 봐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바닷가에서 자갈들을 뒤적이며 돌 틈으로 숨는 게들을 잡아 낼 때의 기쁨.
솜사탕을 입안에 넣을 때의 그 달콤함.
여름에 새까맣게 그을렸던 피부와 시원한 바닷물의 촉감들을.
나도 모지스 할머니처럼 나의 어린 시절의 공간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진다.
젊은 사람들보다 뒤처진다고 느낄 때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그래서 뭔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늦지는 않을까 염려될 때.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와 주변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앞에서
인생을 이미 살아낸 모지스 할머니의 글과 그림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린 예쁜 그림이 차고 넘친다.
크리스마드 카드에 그려진 그림 같기도 하고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 같기도 하다.
아름다운 그림 속에는 할머니가 살았던 세계가 넓게 펼쳐져 있다.
나는 이 책을 눈에 잘 띄는 거실 책상에 두고 오며 가며 본다.
삶의 지혜와 위로가 담긴.
이 책을 늘 가까이하고 싶어서이다.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 있게 나에게 말은 건네고 한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엇인가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그래 맞다.
나는 이제 시작이야.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딱 좋은 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