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노트

#마음

나쓰메 소세키 <마음>

by 미셸 오



선생님,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며칠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뵙기 위하여 다 죽어가는 아버지조차 외면하고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달려갔음을 당신을 모르고 가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저에게 이런 속마음을 보이시고 가셨음에, 저를 마음이 통하는 한 사람으로 보아주셨음에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이 남긴 편지를 다 읽은 후

당신의 '내가 결코 버리지 못하는 그 마음'이 진정 무엇이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마쿠라의 바닷가를 찾았답니다.


처음 가마쿠라 바닷가에서 당신을 만났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지적인 모습에 알 수 없는 힘으로 끌렸었죠.

무거운 침묵으로 감돌던 그 얼굴과 눈빛은 한없는 무력감에 젖었던 저를 흔들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보기 위해 날만 새면 바닷가를 찾곤 했지요. 결국은 저의 마음이 당신께 이어졌던 것이고요.

말이 없고 때로는 친했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실망감과 서운함을 안기기도 하였던 선생님에게 어렸을 적의 아픔을 듣는 순간 저의 아픈 가족사도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철석같이 믿고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만든 작은 아버지에게 배신을 당하고는 악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토록 지적으로 우월하고 멋진 친구 K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뺏길까 봐 서둘러 여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도 작은 아버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궁금합니다.

K가 친구인 당신에게 하숙집 딸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그 사실을 털어놨을 때 당신은 매우 힘들어하였습니다. 하숙집 처녀와의 사랑의 선택은 그녀에게 있었지 당신들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었지 않나요?

다만 사랑하는 여인을 K에게 뺏길까 하숙집 주인에게 미리 선수를 쳐서 딸을 달라고 했을 때도 그 딸의 마음이 당신을 향해 있지 않았다면 결혼을 못했을 가능성이 컸는데 말입니다.

굳이 당신이 친구의 자살에 대해 그토록 미안해하면서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했던가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선생님의 친구 K는 삶의 기준이 너무 높았던 지적 엘리트였던 것 같습니다.

당신도 그 앞에 있으면 열등감을 느낄 만큼 정신적으로 우월했던 친구 K는 하숙집 주인의 딸에게 느끼는 사랑의 마음을 스스로 저속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하숙집 딸과 결혼하고 말고는 덜 중요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그리고.

선생님이 친구의 죽음 이후 죄책감에 빠져 외로운 삶을 택한 것은 당신 역시도 지적 우월자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당신은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인 아내에게 왜 당신의 진실한 마음을 털어놓지 았았던가요?

저(독자로서의 화자)는 여자가 상당히 수동적으로 언급된 데 대하여 좀 불만이 있습니다.

아마도 책 속의 젊은이, 당신이 편지를 주었던 그 젊은 화자는 남자고 또 살아가는 시대가 다르니 그분 생각이 어떠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시대는 지금과는 다른 시대이기에

여자의 삶은 인형과도 같이. 남자의 사랑과 보호 안에서 잘 보살핌을 받는 그런 존재로만 그려져 있더군요.

당신과 정신적인 교류를 하고 마음을 터 놓았던 사람으로서 친구 K와 화자인 나,

왜 그 두 명에게만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었을까요?


저는 당신의 그 마음이 궁금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편지를 읽었고.

또 선생님의 책을 읽었고.

책 속의 편지를 쓴 선생님은 바로 <마음>이란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50대의 나이에 죽기 전에 쓴 소설이라는데, 실제로 작가님의 사진을 보니 깊이 있는 눈매와 매력적인 콧수염을 가진 분이시더군요.


나쓰메 소세키 선생님은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한 인간의 역사에 영향을 미치는 그 시대의 조류와 사회상과 가정사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 본연의 고독과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당신의 책을 펼치고 당신이 보여주고자 했던 그 <마음>이라는 것이 결국은 선생님이 마지막 편지에 남긴 그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마지막 편지에 이렇게 적습니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메이지 천황이 승하했지. 그때 나는 천황의 승화로 메이지 정신도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네. 가장 강렬하게 메이지 정신의 영향을 받은 우리 세대가 메이지 시대가 끝난 마당에 살아서 뭐하겠느냐는 생각이 내 가슴에 세차게 밀려들었지"


선생님은 메이지 정신을 대표하던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솟아올랐습니다.

친구 K는 당신과는 좀 다른 죽음이었을까요?


적에게 깃발을 빼앗겨 큰 죄책감은 안고 살다가 천황의 승하 후 그 죄를 자살로 마감했던 노기 장군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선생님은 그렇게 편지에 쓰셨죠.


노기 장군이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온 35년 세월과 칼로 배를 찌른 순간 중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웠을까?"

하고요.


"사람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타고난 성격이 달라서 내가 노기 장군의 할복의 이유를 헤아릴 수 없듯이 자네도 내가 자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께서 노기 장군의 할복을 이해 못하 듯이 저 역시도 당신의 자살의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시대의 정신이 한 인간의 역사에 얼마나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하는 것은 알겠습니다.


당신께서

편지의 말미에


'내가 살아온 역사, 나만의 고유한 경험을 거짓 없이 씀으로써 그 덕분에 인간을 알아가는 데 있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자신이 편지를 쓴 수고가 헛되지 않을 것'


이라는 말이 이 책을 쓴 당신의 의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속에 선악이 공존하며 시대의 정신을 닮아갈 수밖에 없던 나약하고 고독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한 시대의 정신이 끝났음을 당신의 죽음을 통해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며.

다음 세대를 이어갈 화자인 젊은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당신의 목표.


그것은 살아있는 시대의 아픔을 전하고자 했던 당신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죽기 전에 삶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시대는 자유와 자립 그리고 자아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쓰디쓴 외로움을 견뎌야 하지"


그런데 그 쓰디쓴 외로움의 올가미를 죽음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시대가 오늘날 정말 끝나기는 한 것일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