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by 미셸 오
앞으로 10년 후

당신이 지금의 나를 돌아볼 때를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50고개를 넘어섰습니다.


60세인 당신은 지금의 나를 돌아볼 때 "그때만 해도 젊었지"라고 중얼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글을 쓰는 오늘의 나는 정말 나이를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우선 그 첫 번째 징조로

키가 많이 줄었습니다. 며칠 전에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제 키가 2센티나 줄어버린 것을 알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2.7센티랍니다.


"헉, 키가 작아졌어요~"


라고 놀라는 나에게 무뚝뚝하게 보이던 간호사가 웃으면서 말했지요.


"다들 그래요. 키가 작아집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딸애도 한 마디하더군요.


"내 키가 커진 게 아니고 엄마 키가 작아진 거였어."


요 근래 2년간 목디스크 증세로 고생을 했습니다. 자라목 증상 탓일까요.

저는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작은 편도 아닙니다. 그런데 키가 작아졌다니 충격이었어요. 내 척추들이 나이의 무게만큼씩 내려앉는 중일까요.

아무튼 건강검진 이후 저는 5년간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스포츠사의 사이트에서 운동기구들을 주문했고 게을렀던 몸을 쭉쭉 늘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푹신한 요가매트와 짐볼은 최곱니다.

처음에는 짐볼에 올려진 몸이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나무토막처럼 굳어진 몸을 오징어처럼 늘리는 일이 만만치 않았는데 몸도 고무처럼 탄성이 있는지 이제는 처음 시작할 때보다 몸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낍니다.

짐볼에 등을 대고 몸을 뒤로 한껏 젖힐 때면 내 몸안에서 '우두드득' 하는 자잘한 뼈들의 외침을 듣습니다. 몸의 뼈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잘못 잡고 있었던가 보지요.

처음에는 오른팔도 등 뒤로 맘껏 젖히지를 못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팔도 많이 돌아갑니다. 목도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서 양 옆으로 돌리는 것이 꽤 힘들었던 것을 지금은 아픔을 참고 할 만하답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 시력도 좋고 몸매도 날씬한 것은 오늘의 이 노력 덕분임을 잊지 마세요.


60세의 당신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금의 나를 응원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때 당신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주변 사람들이 20년간 살았던 땅을 미련 없이 버리고 또 얼마든지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떠나는 나를 무척 염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던 것을 당신은 기억할 겁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당신의 그 용기가 대단하다' 칭찬의 말같지도 않은 애매한 말을 많이 들었지요.


모든 것이 낯선 이 곳으로 이사를 온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네요.

아직까지는 이 곳에서 돈을 버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학원일을 그만두자마자 착한 아이들이 셋이나 나의 교습소를 차례로 찾아준 일을 기억할겁니다.

새로운 이 곳은 정말 살면 살수록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예전부터 풍요로운 곡창지대여서 그런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온순하고 친절하거든요. 어디 그뿐인가요.

늘 짭짤한 바닷바람을 마주하고 살았던 내게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긴 하천이 보이는 것도 좋고 강둑을 따라 겹겹이 심어진 초록의 풍성한 나뭇잎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데 그 사이를 천천히 걷다보면 눈도 귀도 시원해집니다.

여기의 강은 어른 무릎만큼의 물이 아주 얕게 흐릅니다. 지금은 자잘한 물고기들이 많습니다만 겨울에는 오리들이 많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아마도 추측 건데 미래에 이 강은 더 아름답게 변화되어 저 끝이 보이지 않는 강구까지 더 아름답게 조성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은 더 깊어 지고 나무와 꽃들이 더 많이 심길 거예요. 그때 당신은 이 편지를 이 강 언덕 가장 높은 곳,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의 벤치에 앉아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읽어주면 더 좋겠습니다.


아주 가끔은

아름다운 이 초록빛 넓은 공간에 엄마의 유골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만.

엄마는 늘 그런 공간에 있기를 사랑했는데 비좁은 납골당에 모셔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사람은 흙이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성경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납골당에서 엄마의 유골을 꺼내왔을 것 같네요.

미래의 당신은 지금의 내 생각에서 얼마쯤 변해있을까요.



미래의 당신.

당신 곁에는 친정아버지가 살아계신가요?
지금은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한 달에 한 번 우리 집에 오셨다 가는데 늘 올 때마다 바닷가의 싱싱한 고기들을

잊지 않고 사가지고 옵니다. 냉동고에는 능생이. 갈치. 고등어. 돔 같은 고기들이 쌓여갑니다.

지난주에는 죽방멸치라면서 봉지에 한 번씩 먹을 분량을 나눠서 여러 봉지 싸가지고 오고.

풋고추며 고춧가루며 이것저것 챙기며 돌아가신 친정엄마 역할을 대신합니다.

아버지도 시력이 약해지고 이도 상하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건강하니 다행인데.

아버지마저 없는 미래의 나는 살아계신 지금의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이쯤에서 당신, 울지 마세요. 나의 미래인 당신이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정말 슬퍼하며 많은 눈물을 흘린 지금의 나를 당신도 기억할 테니.


"과거를 그만 돌아보고 슬픔을 빨리 거두었어야지"라고 또 나를 질책하지도 마세요.


50대의 나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경험하는 중인데 그중의 하나가 자연적 죽음입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체험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지난 2년. 그리고 지금도 슬픕니다.

이쯤 나이가 되고 보니 "아.. 인생 지나치게 짧군" 하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언제나 철없이 깔깔대던 나의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좋게 말하면 성숙한 건데. 나쁘게 말하면 갱년기 증세 같네요.



지금 나의 감각은 조금씩 무디어져 가나 봐요.

그래서 여행할 기회가 되면 무조건 가려고 합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귀찮게 여기니 자꾸 움직이기 싫어지고 집에만 가두는 나 자신을 자꾸 합리화합니다.


아참.

미래의 당신을 위해 운동을 그만두는 일 없이 열심히 계속하려고 합니다.

지금 체중이 좀 많이 불었어요. 그래서 예전의 체중으로 가려면 적어도 5킬로는 빼야 될 것 같은데. 3킬로만 빼고 싶어요. 지금처럼만 하면 쉽게 빠질 것도 같습니다.

미래의 당신에게 가벼운 체중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힘든 것은 어깨 통증과 이명인데요.

치과에서 해 준 장치를 하고 있어요. 치과 원장은 이 장치가 나이로 인해 점점 가라앉는 턱을 높여주어 이명도 사라지게 하고 시력저하도 막는다고 해서 거금을 들여서 끼우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완치는 아닙니다.

후일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당신은 지금 나의 선택을 잘했다고 또는 못했다고 판단하리라 생각하지만 역시 잘했다고 생각되기를 바랍니다.



늘 과거를 많이 돌아보았어요.

이제는 앞만 바라보고 가야겠어요. 미래의 당신에게 후회 없는 나를 물려주고 싶어요.

앞으로 60살이 될 미래의 내가 지금보다 더 멋지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