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by 미셸 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며칠 전만 해도 뜨거운 입김 같은 대기의 기온과 안개 같은 습기로 기운이 처졌었는데

시원한 바람이 꺾여가던 몸을 소생시키는 것 같다.


택배가 대문 앞에 놓여있다. 요즘 택배기사들은 벨도 누르지 않고 대문 앞에 그냥 두고 가는 것이 일반이다.

그저께 주문한 일본 수입산 도자기 솥이다.

우리 한국의 항아리처럼 생긴 밥솥이다.

그 도자기 밥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는다.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여자는 이 솥에서 하얀 밥을 퍼서 친구에게 주고. 또 식혜도 만들었다.



코모리라는 작은 마을.

작은 숲과 계곡과 논으로 둘러싸인 다락방이 있는 작은 집에서 여자 주인공이 매번 만들어 먹는 음식도 그렇고

그녀가 먹는 토마토. 밤. 팥 삶은 것. 무 절인 것. 고사리 장아찌. 바사삭 소리를 내면서 씹히던 바게트 빵과 산수유 잼.

눈이 하얗게 내리던 날에 집안에 장작불로 불을 때는 스토브에 고구마 말린 것을 굽고. 빵을 구워내던 그녀가 따습게 입었던 벚꽃무늬의 윗도리.

그 옷이 갖고 싶었다. 솜을 누벼 박음질을 한 그 외투. 인터넷을 미친 듯이 검색하였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그 옷을 만들어 팔려고 펀딩을 하고 있었다. 딸 하고 나하고 한 개씩 사기로 하고 기부하였는데. 끝나고 나니 기부율이 오버되어억 몇 천이나 모였다. 성공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텐이라는 이름의 일본에서 흔하게 입는 겨울 방한복이라 한다.

어쨌든 나는 이 영화 한 편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주인공이 코모리에서 누렸던 경험들을 나도 직접 가져오고 싶었다. 그래서 산 것이 저 이중 도자기 밥솥과 한텐이다.

나는 이 밥솥에서 밥을 할 때마다 그녀가 스스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어 먹던 그 귀중한 시간을 잊지 않을 것이며 밥 짓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테니까.

그리고

추운 겨울에 솜으로 누빈 한텐을 입고 책상에 앉아 작은 책을 읽고 고구마 삶을 것을 먹을 것이다.

그때 밖에는 흰 눈이 왔으면 좋겠다.

올여름

짧은 휴가. 사람들은 호캉스라고 하던데. 돈을 많이 들여 그곳을 갔다 온 그 시간들보다.

단돈 몇 천 원의 영화 한 편으로 나는

일본의 한 아름다운 마을의 사계절을 보았고

여름엔 물에 담가 둔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었고.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벼를 보고 햅쌀로 만든 떡에 나또를 만났고.

겨울에는 밤 절임을 먹고.

봄에는 사쿠라가 하얗게 핀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코모리에 갔다 온 기념으로 밥솥 한 개와 외투 한 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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