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노트

#코스모스

칼 세이건

by 미셸 오

과학에 대한 나의 무지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어렸을 때 우리 집안의 분위기는 과학보다는 미신에 더 가까웠다. 나의 엄마는 삶이 고단할 때마다

동네 무당집 할머니를 찾았고. 엄마의 고달픔이 무당을 만나고 오면 해소되는 것 같았다. 어린 딸은 알록달록한 천조각들이 늘어뜨려진 무당 집도 싫고 눈알이 부리부리한 제단 위 조각상도 그 앞에 잘 차려진 음식들도 꺼려졌지만 엄마가 위로받는 것이 더 중요하였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처음 물상을 배웠는데,

만나는 과학 선생님들은 나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막막함과 두려움으로 바꾸어 버렸다.

실험과 관찰이 배제된 책으로만 하는 수업이 거의 전부였던 것이다.

아. 중학교 1학년 때 개구리 해부 실험이 내 학창 시절의 유일한 실험이었다. 그 이후 우리 학교에서 실험실에 가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과학 실험실은 거의 자습실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고등학교 2학년 때 과학의 생수 한 모금을 먹여준 분이 계셨다.

허모 선생님이었다.

코 옆에 큰 점을 달고 조금은 어색한 몸짓으로 여고생들 앞에 서서 과학의 법칙을 설명하던 그 순간.

그렇게나 어렵게 여겨졌던 이론들이 머릿속에 속속 박혔다.

그러나 학년이 바뀌면서 과학선생님은 다른 분이 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연세가 많았던 고 3 과학 선생님은

프린트 8장에 깨알 같은 글씨로 요약된 과학의 이론들을 강제로 주입하는데 몰두하였다.

그렇게 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인생 저 멀리로 헤엄쳐 가버렸던 것이다.


<코스모스>를 읽는 중에도 화성탐사선이 화성에 무사히 착륙한 기사를 읽었다. 예전 같으면 무심하게 읽었을 기사였다.

과학에 대한 각 나라의 지원이 전쟁 준비에 들이는 돈보다 훨씬 적다는 저자의 글을 읽을 때는 좀 충격적이었다. 이 지구의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우주탐사에 열을 올리고 그것에 돈을 쏟아붓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우주에서 보면 푸르고 창백한 점에 불과한 지구 안에서 탐욕에 젖어 나라가 나라를 전쟁으로 이끄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과학자의 말을 뼈아프게 들어야 할 것 같다.



"행성과 탐사가 계속될수록 인류 우월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그 대가로서 우리는 우주적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 우주 탐사는 지구에 사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를 죽음과 파괴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



진화론에 대한 그간의 오류도 깨닫게 되었고 내 삶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 준 책이었다.


공자가

'동산에 올라가 노나라가 좁을 줄을 알고 태산에 올라가니 세계가 좁을 줄을 알겠다'라고 했다는데

현대의 그가 살았다면 우주의 산에 오르니 우리 은하계가 얼마나 좁을 줄을 알겠다고 함 직도 하다.

어떤 분은 <코스모스>을 일곱 번 읽었다는 데 나도 한 번은 더 읽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살아온 환경에 소속되어 스스로 보고 느낀 것을 진리인양 알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망양지탄.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이 책은 컬러판과 흑백판이 있다. 컬러판이 가격이 좀 비싸다. 그러나 우주적 호기심을 일으키고 우주의 아름다운 행성들을 볼 수 있는 컬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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