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수업시간

by 미셸 오


며칠 전,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첫 수업이었고 고3 학생들이었는데.

시를 감상하는 법을 수업하게 되었던 것이라. 이렇게 저렇게 시를 읽는 법을 가르친 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를 불러주던 그 순간이다.

열심히 받아 적던 한 남학생이 고개를 들더니,


"네? 갈리? 갈리가 뭐죠?"


"아니 갈잎이라고"


"네? 갈릭 말씀이신가요?"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서는


"갈릭? 그거는 소스 이름이고. 갈잎!"


웃음이 빵빵 터졌다. 이 남학생은 순수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갈잎? 갈잎이 뭐죠?"


그렇게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다. 국어 모의고사 1등급을 받는 내로라하는 실력의 학생이 이렇게

허당끼를 발산하니 묘하게 재미있다.


"갈대의 잎이라고."


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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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공감각'을 배울 차례였다.


"푸른 종소리는 감각의 전이가 일어났지. 자 여기서 중심이 뭘까?"


"푸른!" 역시나 씩씩한 남학생의 단답이었다.


또 웃음이 터진다.


"종소리잖아. 종소리를 푸르게 나타낸 것이지. 자 다른 예를 들어볼게. 음... 정지용의 시 중에 그 부분 있잖아"


나는 기억이 빨리 나지 않아 잠시 기억을 더듬는다. 이때 남학생 옆의 여학생이 재빠르게 대답한다.


"황금소~!"


"그래 , 맞아. 금빛 게으른 울음.. 그런데.. 황금소라니?"


나도 그렇고 다들 웃겨서 죽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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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향수>라는 시에서 '얼룩백이 황소가 헤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하는 부분을 여학생이 '소'의 이미지와 '금빛'을 연결시켜 기억한 것이다.


수업이 마쳐지고 난 후에도 자꾸 '황금소'와 '갈릭'이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예전에도.

지금은 의과대학을 졸업 후 외국에 나간 제자다. 이 남학생은 수학과 과학은 잘하는데 국어 성적 때문에

고민이었던 터라 내게 수업을 받게 되었다.

한 번은 속담을 하는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를 두고 이 학생은 정말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샘~사공이 많은데 배가 왜 산으로 올라가죠?"


그뿐이 아니다. 수업 중에,


"부산에 태종대가 있어~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또 물었다.


"태종대가 부산 어디에 있는 대학인가요?"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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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도 내로라하는 특목고의 뛰어난 성적의 학생들이다. 내게로 거쳐간 많은 학생들을 헤아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끝없이 늘어나는 학습 분량에 지쳐 잠시만 게으름을 피우면 배우는 학생들이 눈치를 채게 되므로 쉼없이 배워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배워보고서야 부족함을 알고 가르쳐 보고서야 어려움을 알게 된다. ' 는 말이 있다. 내가 현장에서 직접 가르쳐 보고 부족함을 채워나갔던 것처럼 배우는 학생들도 배움의 장에 나타나야 스스로 부족한 것을 채워나갈 수 있다.


배우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들이 툭툭 불거져 나오는 것이 엉뚱한 답일수록 수업은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어진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과 모방을 넘어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서로 자라게 하는 유익의 즐거움까지 겹쳐지면 수업의 효과는 배로 커진다.

배우고 깨달아가는 피드백이 있는 시간. 바로 학생들을 앞에서 대면하는 수업의 장일 것이다.


하고많은 직업 중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정말 감사할 뿐이다.

배우려고 모여드는 학생들이 가득한 공간 속에 있을 때야 말로 살아있는 순간이다.

다음 수업시간에는 갈릭 말고. 황금소 말고 어떤 엉뚱한 의문들이 수업을 활기차게 할까.

벌써 이 학생들의 수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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