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해는 뜬다

by 미셸 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고 카톡이니 문자들이

쉴사이 없이 들어온다.

아침에는 2016년 1월 1일 일출 사진을 이미 여러 장 보았다. 두꺼운 털옷을 입고 가족끼리 해 뜨는 곳 어딘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뜨거운 국밥을 마주한 사진들.

다시 새롭게 출발하고 싶은 마음.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고대하는 마음들이 지어낸 새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하루하루가 새날이고 새해다.

매일의 연속선 안에서 들쭉날쭉 그렇게 아침이 오고 해가 지고 그렇게 살아왔다.

일 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때 일출을 보려고 작정하고 갔던 때가 있었다.



10여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무척 가까이 지냈던 M시에 사는 친구 두 명이 새해 전날 밤, 이 곳을 찾았다.

밤 늦게 족발과 쟁반국수를 시켜 먹으며 수다를 떤 후 다음 날 아침 이 곳의 유명하다는 공원을 찾아가던 그 해새벽은 어찌나 춥던지.

그런데 어디서 다들 찾아온 것일까. 차는 여기저기서 밀렸다. 바다 쪽 해 뜨는 곳은 줄지어선 차량으로 아예 접근도 못하고 세 번째로 선택한 곳이 공원이었다.

공원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 양옆은 이미 온 차들로 가득해서 일출을 보기도 전에 길거리에서 해돋이를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던.

다행히 공원 맨 위 정자에 올라가니 새벽의 미명에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오십여 명가량 서성이고 있었다.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동쪽 하늘은 높은 산이 가려져 있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차가 덜 밀렸나 싶었다.

시린 발을 동동이며 조선시대 동해 일출을 감상했던 양반가의 여인네가 쓴 수필이 떠올랐다.

'일출을 보리라 하고 새벽에 급히 달려가 이빨을 두드리며 추워 날뛰던'

그리고 동트는 것을 두고 '해가 이미 떴네 안 떴네' 하고 다투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이다. 과연 해는 이미 돋지도 않았는데 주변이 환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때 그 수필에서 읽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해가 이미 뜬 거 아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의심이 날만도 하였다.

산이 가려서 바다의 수평선 위로 해가 솟는 것을 이미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주변이 환해져 왔던 것이다.

해가 이미 떴다고 생각했는지 이미 내려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래도... 기다려 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순간

산등성이 너머로 큰 수박 크기의 붉은 해가 두둥실 떠오르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어제의 해가 오늘은 박수를 받는다?

수평선 위로 바다를 붉은 비단처럼 수놓으며 타오르는 태양은 아니었지만 붉은 사과처럼 해는 서서히 움직이며 떠올랐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 짧은 시간의 일출이 어제 밤부터 준비하고 새벽에 일어나 잠을 설치고 밀리 차들을 피해가며 올 만한 가치가 있나.

일 년을 고대하고 사는 것 보다 하루하루의 삶. 하루의 해가 떠오르는 것을 고대하면 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해는 늘 새롭게 뜬다.

그 이후로는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일출, 그 자체만을 보러 가지는 않았다.

물론 해돋이의 장관이 있는 유명한 곳은 한번쯤 가보고 싶기는 하다. 그리고 일출을 핑계로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새해라는 명분으로 해 뜨는 것 그 자체를 보러 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일 년의 기록들을 뒤적여 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하며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마음의 기도가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하루가 짧다고 느끼던 순간이 지나니 일 년이 하루 같다고 여겨진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일생이 하루 같다고 여겨질 것이다.

시간은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쪼개어 살면 하루가 길고 삶도 길어질 것 같은. 그래서 새해에는 하루의 시간을 길에 늘리며 살고 싶다.

긴 하루를 마감하고 다음 날, 기쁨이 솟는 해를 매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연말에서 새해로 바뀌는 시점에서 카톡이나 밴드 같은 것을 통해 비슷한 내용의 같은 동영상을 복제해서 돌리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

하루는 여러 명으로부터 똑같은 동영상을 여 섯번이상 받은 적이 있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습관적인 인사 돌리기 같고 그만큼 인간관계가 가벼워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보내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라도 마음을 담아 보내던 손편지. 손글씨 카드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러나 SNS를 통해서도 마음은 전해진다.

또박또박 마음을 넣은 한 글자. 한 문장의 인사를 고민하며 적어 보내는 정성이 아쉽다.

2016년은 매일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나누는 삶이 되기를.

이 소망이 하루 해가 뜨는 매 순간마다 마음속에 새롭게 다져질 것을 바란다.

새해라는 것은 결국 새로운 마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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