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이 목에

by 미셸 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이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여고생 셋이 있다.

이 학생들은 내가 처음 수강생을 모집할 때 따로따로 수강을 신청하였으나

같이 그룹이 형성되면서 서로 다들 놀랐고. 나도 놀랐다.

왜냐하면 인구가 몇십만이 되는 이 곳에서 각자 따로 온 그들은 둘은 같은 중 3 반이었고 또 초등학교 때 친구였던 것이다. 게다가 다 같은 고등학교를 지원했던 것이니 인연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들은 수업을 시작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쉽게 친해지는 것 같더니 요즘은

강의 시간 때면 올 때도 같이 오고 갈 때도 같이한다.


오늘은 낮부터 흐려지더니 오후부터 비가 왔다.

문 입구에서부터 떠들썩하니 웃고 들어서는 여고생 셋!

자칭 '오쌤의 제자들'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이다. 중간시험을 앞두고 문학이나 독서보다 문법을 아주 잘한다.


문제 풀이를 하던 중, 셋 중 한 명인 서윤이(가명)가 물을 마시고 오더니


"샘~저녁에 급식으로 튀김을 먹었는데 그것이 너무 딱딱했는데 목에 걸린 것 같아요."


옆의 여학생 뚜빈이(별명)도 한 마디 거든다.


"맞아요. 오늘 나온 튀김이 너무 딱딱했어요."


동그란 안경을 쓰고 경찰이 꿈인 서윤은 평소에 아주 씩씩한 아이다. 그러나 목 안의 불편함 탓인지 평소 안 벗던 안경까지 벗고 갑갑해한다. 목에 이물감이 걸린 것처럼 불편한 것이 또 있을까. 덩달아 안타까워서 뜨거운 물을 끓여주고 바나나를 주어 넘기게 했지만 안 넘어간단다.


"참. 이 샌드위치를 먹어봐."


이번에는 애라(가명) 가방을 뒤적이더니 비닐에 싼 샌드위치를 꺼낸다. 엄마가 간식으로 만들어 준 것이란다.

서윤이는 또 그 샌드위치를 물 한 컵과 함께 다 넘겼다.


"이제 좀 어때?"


다들 서윤이 얼굴을 바라본다.


"아직 안 내려갔어요."


나는 다시 포도송이를 들고 와서 먹이고 탄산음료를 먹여보았으나


"이젠 배가 너무 불러요, 그런데 안 넘어가요."


서윤이는 울상이고 옆에 애라와 뚜빈이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 이것저것 마구 넘기는 서윤이를 보고 웃는다. 서윤이도 탄산음료를 마시다가 같이 웃겨서 입 안의 것들을 밖으로 뿜고 말았다.


" 어쩌면 그만하면 내려갔을 거고. 상처가 남아서일 수도 있으니 좀 기다려봐."


애라가 제법 진지하게 처방을 내린다. 그때 인터넷을 찾아본 수빈이는


" 3일간 기다려보고 그때까지 안 내려가면 병원에 가보래."


인터넷 정보를 찾아 일러준다.


친구들의 말에 안심이 되는지 서윤이는 수업에 열중하고 또 그렇게 수업을 마쳤다.


"집에 가는 길에 콜라를 사서 마셔볼래요."


서윤이는 씩씩하게 말하고 아이들과 문을 나선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튀김 조각이 걸린 것은 처음이다.

수업 후 배가 고픈 아이들이 학교 식당에서 허겁지겁 잘 씹지도 않고 삼킨 것은 아닐까 싶다.


예전에 이비인 후과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그때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는데 내 바로 앞의 아주머니가 목에 가시가 걸려 찾아왔다.

이 병원은 다음 환자는 밖 대기실이 아닌 진료실 의자에서 기다리기 때문에 앞 환자의 증상을 볼 수밖에 없다.


" 자 입을 크게 벌리세요."


의사는 아주머니의 동굴 같은 입안으로 끝이 동그란 쇠막대기를 집어넣었다.

그때였다. 목에 쇠가 닿았던지 여자가 미친 듯이 컥컥거리며 토악질을 하는 바람에 의사의 얼굴이며 가운에 침이 엄청나게 튀었다.

얼굴에 여자의 허연 침을 뒤집어쓴 의사는 순간 ,


"아이~씨."


하며 얼굴을 자신의 소매로 훔쳐내었다. 간호사는 물론이고 다른 환자도 있는 자리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낼대로 내고 말았던 것이다.


침을 뱉어낸 여자도 미안해하고 간호사들도 민망해하였다.

결과는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의사라는 직업이 그들이 입운 가운처럼 깨끗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깨끗할 수 없기에 흰 가운을 입는 줄도 모르겠다.


우리 집은 대대로 생선을 즐겨 먹었던지라 늘 밥을 맛나게 먹던 엄마는 자주 목에 가시가 걸렸던 것 같고 나 역시도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이가 드니 예전보다 목에 가시가 더 잘 걸리는 듯하여 요즘에는 잔가시가 많은 생선은 먹지 않으려 한다.


수업 시간에

목에 튀김 조각이 걸린 -물론 아주 작은 것이지만 여학생의 불편함이 나의 것인 것처럼 불편해서 당황스럽고 걱정이 되었다.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으나 빨리 목의 것이 빠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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