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0% 할인

by 미셸 오


얼마 전, 점심으로 국수를 먹고 지인 한 명과 마트에 들렀다.

동네에 있던 모 마트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우리는 정리 세일을 많이 하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마트 주차장에 차를 대면서 보니 이미 마트 간판도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지난주부터 마트 폐업한다고 했는데 지금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괜스레 살 것도 없으면서 물건이 다 빠졌으면 어떡하나 조바심마저 드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내일 친구 오는데 과자 좀 사야겠어요~"


우리는 시장바구니 하나씩 들고 마트 문을 밀고 들어섰다. 문짝에는 모든 물건을 절반 가격에 판다고

붙여 놓았다. 둘이는 괜히 신났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서부터 기웃거려 보니 물건이 그다지 싸지 않았다.

다만 소시지나 만두, 김 같이 세일을 많이 한 것들은 이미 수납칸이 텅텅 비었고 과일이나 생선 가격은 그대로다.

완전히 낚인 기분이었다. 우리는 냉동고 바닥에 두어 개만 남았던 냉동 만두를 하나씩 들었다가 도로 제자리에 두었다. 절반의 세일이라는 그 이유 만으로 만두를 살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세일도 하지 않는 진미채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세일하는 것들 위주로 카트에 넣었다. 그렇게 하며 마트 내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전 제품 50프로는 거의 없고 그나마 50프로 세일을 한 것들 중 인기 있는 품목들은 가판대가 텅 비었다.


솔직히 살 만한 것이 없었다.

마지막에 카트에 놓인 것들을 보니 아기 엄마인 지인은 테이프로 굴비를 꿰듯 붙여놓은 과자들만 카트에 남았다. 그녀가 스파게티 소스병을 집어 들 때 나 역시도 토마토 스파게피 소스 한 병을 카트에 넣었다. 온 김에 장 본다고 나는 간장 큰 것 한 병과 오렌지 주스 한 병도 샀다.

계산대 앞에서 계산을 할 때, 세일 문구에 속아서 괜히 신나 했던 것이 되려 씁쓸해졌다.

결국 내가 산 것은 다 원가의 물건이었던 것이다.

계산을 다 끝낸 후 과자 봉지가 가득한 천 가방을 카트에서 들어 올리며 아기 엄마가 말했다.


"다음부터는 인터넷 *팡에서 주문할 거예요."


"그래.. *팡이 참 편하기 하더라. 그치?"


그렇다. 요즘에는 인터넷 주문이 손쉽고 또 집 앞까지 배달이 되니 세상 참 편해졌다.

손에 들고 가는 시장 가방은 제법 무거웠다.

그녀의 차가 아니었더라면 배달을 시켰어야 할 무게였다.



요즘은 마트뿐 아니라 옷가게들 상점에 가면,

원가를 빨간 줄로 긋고 그 아래 세일가. 즉 판매가를 적은 것을 보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빨간 줄 그은 가격이나 그 아래 적은 가격이 동일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뻔한 상술이 되었지만은

검은색 원가를 줄을 그어놓고 그 아래 인하된 가격을 보고 상품을 보면

원가가 세일가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래도 착시현상인지... 세일가라고 적어 놓으면 눈이

먼저 가고 뭔가 이득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