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노트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by 미셸 오

밀란 쿤데라의 작품은 이제 몇 권 접하고 보니 글의 구성 방법을 알겠고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를 알 듯도 하다.

옛날에 작가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의 제목은 너무나 신선했고 강렬했다.

누군가 밀란 쿤데라에 대해 적어 놓은 글을 본 기억이 난다. 쿤데라는 책의 제목을 잘 짓는 것 같다고.

그렇다.

이번에 <무의미의 축제> 역시 책의 제목에 이끌렸다. 몇 안 되는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다.

그때 글의 제목에 대해 고심하지 않았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제목은 그럴듯하면서 내용이 별 볼 일 없는 글을 적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책의 제목을 잘 짓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이 작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이어지다가 끊기고 또 이어지다가 끊기고 하는 느낌을 받는다.

뒤죽박죽... 가령 여자의 배꼽 이야기는 책의 전반부 중간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걸쳐 떨어져 있다.

배꼽 부분만 따로 모아서 읽으면 쉽게 읽히리라.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한 번 더 읽어야 자세히 알겠는데 다시 읽고픈 욕구는 안 생긴다.


이 책의 내용 중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있는데 그것만 소개하려 한다.



첫째는 여자의 배꼽에 관한 내용이다.

남자들이 매력적으로 보는 여자의 엉덩이 , 가슴, 허벅지와 여성의 몸에서 매우 작고 보잘것없는 배꼽을 대비시켜 놓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여자의 관능적인 몸에는 황금지점 몇 개가 있는데 나는 늘 그게 세 개라고 생각했어. 허벅지, 엉덩이, 가슴"


"그렇지..."


"그러다가 어느 날 , 하나 더, 배꼽을 추가해야겠다고 깨달은 거야.'


(중략)

"배꼽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에로틱한 메시지는 뭘까?.....(중략).. 배꼽은 그 배꼽을 지닌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그 여자가 아닌 것에 대해 말한다는 거야."


"뭐에 대해서?


"태아."



처음 인간이 창조되었을 때, 하와는 배꼽이 없었고 최초의 탯줄은 배꼽 없는 여자의 음부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 아... 그렇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후 생명의 탄생은 알랭 어머니가 들려주는 환청에 의해 전달된다.

그의 어머니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알랭에게 말한다.



"솔직히 말할게, 누군가를, 태어나게 해 달라고 하지도 않은 누군가를 세상에 내 보낸다는 게 나한테는 늘 끔찍해 보였다."

(중략)

"그 누구도 자기 의지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란다. "

(중략)

"모두가 인간의 권리에 대해 떠들어 대지. 얼마나 우습니! 너는 무슨 권리에 근거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야. 자기 의지로 삶을 끝내는 일 까지도 그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는 기사들은 허락해 주지 않아"


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이 소설의 핵심이라 생각되었다.



두 번째는 이야기 속에 삽입된 스탈린과 칼리닌 이야기다.


칼리닌은 스탈린의 부하로 규율에 절대복종하는 인물이지만 전립선에 문제가 있어 수시로 화장실에 가야 한다. 혁명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 논할 때면 그는 소변을 보고 싶은 욕구와 처절하게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결점을 알고도 무시하는 스탈린.

결국 그는 서서 오줌을 지리고 만다. 그런 중대한 회의 자리에서 말이다.

얼마나 인간이 연약하고 보잘것없는가.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인간은 또 얼마나 보잘것 없는가. 그런 인간을 위해 도시의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남겨준 들 의미가 있나...

연약한 육체의 어디 한 곳만 고장이 나면 인간은 그 고통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고 만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 인간에게 권위? 혁명? 그따위가 뭐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 했다.


책의 말미에서는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중략)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




난, 책의 제목처럼 인간이 세상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던져진 무의미한 존재이며 고통받고 살기는 하지만 단 번의 삶이기 때문에 그것이 축제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의미있는 삶은 오로지 용기를 가진

사랑이라고. 내 주변에서 무의미하게 보이는 것들이야 말로 삶을 기분좋게 하는 것이며 의미있는 것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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