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너 괜찮니?

이미지가 판치는 세상에서

by 미셸 오

이제 사진이 없으면, 그림이 없으면 글을 읽을 수 없다.

글의 내용을 그림이 해석해준다. 사진이 먼저 손을 내밀어 잡아 당긴다.

생각 좀 해보려고 하는데 그림이. 사진이. 끼어든다. 방해한다.

기억이 저 멀리 사라져 간다.

상상이 뭐냐고 비웃는다.

문자가 사라지려고 한다.

이미지만이 남은 세상이 이제 말이 아니라 글이 아니라 그림과 이모티콘과 사진으로 말하라고 한다.

원래 작은 기호였던 것들이 하나 둘 연합해서 문자가 되었다.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한 몸. 큰 글. 긴 글이었다. 그러나

ㅋㅋ. ㅎㅎ. ㅋㄷㅋㄷ. ㅇㅋ?

문자도 잘게 부서졌다.

그래서 공동체도 무너지고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다 홀로 서려한다.

그래서 나는 책상을 시계로 시계를 의자로 꽃을 나무로 나무를 바다로 바다를 하늘로 하늘을 땅으로

바꾸고 싶다.

책상은 책상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자꾸 한 가지 책상을 찍고 그리고 찍고 그리고,

책상이란 단어 속에 수만 가지 책상이 있는데 다 사라졌다.

책상에 개성이 어디 있어? 책상은 책상이지 하고 사진이 들어왔다. 그림이 끼어든다.

그래서 책상은 의자고 의자는 나무이고 바다는 책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개의 이야기 속에 수만 가지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좀 상상하시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상상하는 자는 비현실적이다.

이미지가 승리하고 있다. 문자는 이미지에 제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글을 쓰는 자들도 이미지에 기대려고 안간힘을 쓴다.

글의 표현을 이미지에 의존하니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을 못쓰게 된다.

어떻게 할까.

이미지에 편승하는 것이 옳은가?
문자를 고집하는 것이 옳은가?

오늘

글을 쓰는 나도 주제에 맞는 사진을 고르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장의 힘을 기르지 않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말로 창조하셨다.

꽃도 말이 먼저였다.

꽃이라고 말하니 꽃이 생겼다.

그래

언어의 힘을 믿어보자.

이미지에 눌리지 말고 글로 상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상상......너 아직 괜찮은거 맞지.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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