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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을 끊다

by 미셸 오

2년간 먹었던 혈압약을 끊은 지 한 달이 되었다.

어떻게 끊었느냐고 묻는다면 단 한마디.

"식습관을 바꾸고 체중을 줄였습니다."

라고 말하겠다.


내가 이 브런치에도 혈압약을 시작하게 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내 글을 다 읽어보신 분이라면 그때가 재작년 봄임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생전에 혈압약 같은 건 안 먹고 살 줄 알았는데 1년 넘게 이어진 엄마의 병간호와

죽음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고 설상가상 낯선 곳으로 이사하면서 안정되지 못한 삶으로 인해

고통은 더 가중되었던 것 같다.

아침에 눈만 뜨면 몸이 천근만근이고 머리도 늘 띵하고 무거웠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는 데 머리가 어지러웠다. 예전의 이석증이 재발한 것이 아닌가 싶어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고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그때부터였다.

이후 약을 먹은 덕분인지 컨디션은 좀 나아졌지만 나는 이전 그대로 하루에 커피를 생각날 때마다 마시고

밥을 먹고 드러눕기를 잘하고 빵과 육류를 즐겨 먹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삼겹살을 노릇하게 구워

봄동에 싸 먹으면 식욕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아까 밖에서 빵집을 지날 때 빵 굽는 냄새는 그 어느 때보다 내 후각을 자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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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재작년 봄 이후 1년간 한 달에 한 번 12회 열심히 병원에서 혈압약을 처방받아먹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이던가? 혈압약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혈압약을 하루도 빠짐없이 처방받아먹은 이후 나의 건강검진 결과는 엉망이었다.

중성지방 수지. 간수치가 올라서 간장약을 먹어야 된다나. 이제 혈압약에다가 간장약까지 덤으로 추가된 것이다.

나의 엄마가 혈압약 복용 이후 고지혈증이다 뭐다 약이 자꾸 추가되었던 것을 기억했다.

충격이었다.

혈압약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책을 사서 읽고 찾고 또 찾아서 결론을 내렸다.

식습관을 바꾸면서 약을 서서히 끊는 것.

하루에 밥을 반 그릇으로 줄이고 반찬을 두 가지. 채소 반찬으로 바꾸었다.

커피도 하루에 한 잔 아니면 며칠 씩 건너뛰었다.

육류나 빵은 아예 먹지 않았다. 하지만 국수는 가끔 먹었다.

작년 11월 중반부터 시작하였는데 한 달이 지나자 그렇게도 반응이 없던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체중을 줄이자 혈압이 쑥 내려가서 110 이하를 기록하였고 의사와 상의하여 약을 반으로 줄여서 먹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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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계속 반식을 하면서... 그렇게 이주 후... 혈압이 또 100대로 정상을 찾았다.

그리하여 체중을 5킬로 줄이면서 약을 완전히 끊게 되었다.


식습관을 바꾸고 체중을 줄인 덕분인지 요즘은 몸이 너무 가볍고 좋다.

머리도 맑아졌다.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가서 체중이 늘면 혈압은 또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식습관을 평생 유지할 생각이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예전처럼 맛있는 음식에의 욕망이 많이 줄었다.

이젠 옛날에 자주 먹던 된장국에 채소반찬이 더 입맛에 맞고 소화도 잘 되는 것을 느낀다.


혈압약을 시작할 때 혈압이 오르지 않도록 식습관을 바꾸고 체중을 줄이면 된다고 말해주는 의사는

없었다. 혈압약을 시작하게 해 놓고 약을 끊으면 큰일 난다고 말해주기보다는 그전에

혈압약을 먹으면 평생 당신들의 영원한 고객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면 나는

그때 혈압약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혈압약을 너무 먹기 싫어하였으나 끊는 방법을 몰랐던 우리 엄마,

그때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고 고기를 좋아하시던 엄마의 식습관을 같이

고칠 수 있었더라면 엄마의 건강은 괜찮아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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