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보다 노화가 빠르다

by 미셸 오

바로 그저께였던 것 같다.

39살이었는데 내일이면 40이 된다는 그 사실에 믿기지 않아 했던 것.


그런데 바로 내일이면 나는 50대 중반에 들어선다.

40대는 치열하게 살았다. 버는 족족 쓰일 데는 어찌나 많았던지.

40대가 지나고 50대로 들어설 때는 사회생활하는 것이 너무 지쳤고

정말 돈을 벌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몇 년을 다른 돈을 벌 궁리를 하였었다. 그러나 결국 돈만 잃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체되고 도태하고 말 거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도전정신을 가져야 해. 등등 수많은 글귀들을 써놓고 힘을 다독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내가 사는 공간을 바꾸는 그것이었고

그렇게 해서 살던 곳을 떠나 낯선 타지로 이사를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나쁘게는 이사 가도 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말들을 뒤집어야 했기에 더 잘 해내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낯선 곳에서 새롭게 삶을 사는 것은 상상외로 엄청났다고 해야 할까.

3년간 눈물로 씨를 뿌렸다.

좌절할 때마다 내가 선택을 잘못하지는 않았을까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나마 내가 60대에 새롭게 시작을 안 해서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70대에도 시작을 하던데 말이다.

나는 이 곳에

새롭게 살면서 온갖 스트레스로 고혈압에 간 수치도 올라갔다. 시력도 나빠졌다.

게다가 갱년기 증세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화끈화끈 얼굴이 달아오르는 데다 더웠다 추웠다 불면증에...

이러한 내 몸의 변화는 그동안 돈돈 하던 것이 건강 건강을 외치도록 바꾸어 버렸다.


barberry-3733393_1920.jpg


이제 나는 돈돈 하지 않기로 하였다. 내가 돈을 많이 번들 몸이 아프면 다 소용이 없지 않은가.

집을 줄이고 이제 소박하게 살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씨를 뿌린 결과가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주부터 이나가키 에미코 씨의 책 세 권을 사서 읽었다.

나와 동갑인 그녀가 멋지고 당당해 보였다.

어쩌면 나와 생각이 그렇게도 같은지 하룻만에 그녀의 책 3권을 다 읽고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필요한 것들만을 소유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굳히게 되었다.


점점 더 큰 집으로 대도시로 향해가던 내 집념도 버렸다.

이제는 나의 늙은 아버지가 살고 있는 작은 소도시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아파트도 지금보다 작은 곳으로 이사할지도 모른다.

이나가키 작가도 책에 썼지만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18평 아파트에서 아버지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하하 호호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엄마는 어느 날 낙엽처럼 떨어져 바람에 날려가 버렸고

늙은 아버지는 방세 칸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지금 우리 가족은 각자의 집을 가지고 다 흩어져 살고 있는 것이다. 다들 덩그러니 큰 집에서 말이다.

나의 늙은 아버지는 이제 자주 병원에 간다. 피부병이 나으면 이빨이 아프고 이빨을 치료하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약을 끊을 길이 없다.

점점 비실비실해져 가는 것만 같다.


landscape-5339095_1920.jpg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40대의 나는 전혀 없다. 어느덧 흰머리가 희끗하다. 기억력도 떨어졌다.

내가 큰 충격을 먹었던 사건이 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코털 한 개가 하얀색이었던 것이다!!

하얀 코털 한 개는 흰 머리 30개보다 슬펐다. (물론 당장 뽑아버렸습니다만)


오늘은 2020년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만 내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울을 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