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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Sep 01. 2021

옥돔구이

인터넷으로 장을 보다가 우연히 옥돔을 보게 되었다.

가격을 보니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은 아니고 좀 싼 것은 크기가 작아서 실제 보았을 때

맛이며 크기가 어떤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어제 홀로 계신 친정아버지와 통화하는데  반찬을 제대로 안차려 드시는 것 같아서

"무슨 반찬에 드세요?"

했더니

"묵은지를 씻어서 먹는데 이것이 그렇게 맛있다. " 그러신다.


"맨날 김치에만 드세요?"

좀 짠하고 안타까워서 물었더니 


"아니 안 그래도 시장에서 명절에 너희들 오면 먹으려고 조기 좀 샀다. 한 마리

구웠는데 먹을만하다."

나는  맛있게 드시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는 입맛이 좀 까다로운 편이라서

'먹을만하다'라는 표현은 별로 맛이 없다 하는 의미와도 같다.


엄마 살아계실 때 나는 어시장에 자주 따라갔었다. 그때마다 엄마가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제주도 옥돔을 파는 곳이었는데 엄마는 늘 옥돔을 사서 말려놓곤 하셨다.

아버지가 비린내 나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제주도 사람들은 소고기 하고도 바꾸지 않는 것이 바로 옥돔이다"


라고 하시며 옥돔 구이를 그렇게 좋아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땐, 옥돔이 값나가던 귀한 생선이 아니었다. 부산의 어시장 어디에나 팔던 흔한 생선. 

그러나 고등어나 갈치보다는 비싸긴 했다.


늘 자신의 입맛보다는 남편의 입맛에 맞추어 식단을 차리던 엄마가 안 계시니 이제 아버지는 혼자

준비해서 저렇게 드신다.


그래서 오늘 유독 옥돔에 시선이 갔던가 보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에 옥돔 구이 한 마리 구우면  대가리까지 바삭바삭 씹히던, 흰쌀밥에 생선 비린내 없이 고소한  옥돔 구이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싼 옥돔은 생선의 색이 침침하고 바싹 말라 있고 대개 쿰쿰한 내가 난다. 보통 그런 생선은 구우면  소금간이 지나쳐 짜고 맛이 없다. 그런 옥돔은 고귀한 옥돔의 이름을 훼손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요즘은 제주도에서도 토종 옥돔을 구하기 힘들다고 들었다. 

 질이 좋은, 잘 말려진 반건조 옥돔은 불에 구울 때부터 온 집안에 구수한 냄새가 침샘을 솟게 한다. 순백색 살이 젓가락 사이에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입안에 고기 향이 참기름처럼 퍼진다.

가출했던 입맛이 성큼성큼  돌아온다.


제주도 사람이라면 누구든 즐겨먹던  옥돔. 전복. 문어. 고둥.. 이런 류들이 지금은 고가의

해산물이 되어 감히 엄두를 못 낼 정도가 되었다. 한편 제주도 사람들은 안다. 요즘 옥돔이 옛 맛이 안 난다는 것을.  옥돔구이를 먹어 본 지 20년은 족히 된 것 같다. 비싼 이유 외에도 시장에서 옥돔은 흔히 볼 수 있는 생선이 아니어서 잊힌 탓도 있었던 거다. 


다시 옥돔을 검색한다. 요즘 옥돔이 많아 잡히는가. 인터넷에서 이렇게 옥돔을 많이 팔 줄이야.

울 엄마 돌아가시기 전, 입맛 없어했을 때 옥돔 한 마리 구워드렸음 좋아하셨을 텐데. 

그땐 그 생각을 미처 못하였다.


작년 아버지 수술 후 퇴원했을 때도 보약 한 첩 못 해 드린 것이 생각난다. 

올해는 옥돔 구이로 아버지를 위해  구수한 추석 밥상을 한 번 준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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