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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Dec 03. 2021

개승자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

이승윤팀 개그-기대 안 해 미안하다

얼마 전에 '개승자' 프로를 보았다.

솔직히 그 프로가 나의 잃어버린 웃음을 찾게 하리라고는 전혀 기대 안 했다.

웃기려고 하는 그 언어들과 몸짓들ᆢ이미 개콘의 막바지에서 보고 또 보았기 때문이다.

코미디 프로에서 웃음이 안 나오니 공연스레 옛날 코미디가 그리워지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때다.

우리 집 방에 찬장식 흑백텔레비전이 있었다. 브라운관도 앞이 타원형으로 불록하게 생긴.

비바람이 치면 하얀색 전파가 가로줄무늬를 만들며 지지직 거렸다.

그때면 누군가 방을 나가 집 옥상위 안테나를 이리저리 손봐야 했다.

하필 '웃으면 복이 와요'같은 코미디 시간에 전파 소음을 들을 때면 온 가족이 ᆢ아니 온 동네가

애가 탔다.

온 가족이 집중하고 보던 코미디.

어린 내게 가장 웃긴 당대  코미디언은 단연 '서영춘'이었다.

능글맞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은 초등생부터 나이 많은 어른들까지 같이 웃게 만들었다.

그가 나오는 코미디를 보면 누구나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배를 잡고 웃는 일이 점점 없어졌다.

 코미디 프로 전성시대가 지나고 나니  개그콘서트가 웃음을 장악했다.

나도 성인이 되었다. 어른의 눈으로 본 개그는 이전보다 세련된 것 같았다.

개콘을 안 보면 대화가 안될 정도로 개그맨들이 만든 대사가 웃음코드가 되어 확대 재생산되었다.  

그러나...

개콘이 오래오래 장수하면서 나는 개콘의 웃음코드에 더이상 웃을 수 없게 되었다.

난 그것이 내 나이 탓이라 여겼다.

개콘은 젊은이들만의 요소라 단정했던 거다. 그런데 개콘을 일부러 본 때도 있었다.

개콘을 멀리하자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농담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고 나는 아예 개콘을 보지 않게 되었다.


나와 가족들은 모두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의 자연 속에서의 삶이 위안을 주었다.

그때 개그맨  '이승윤'과 '윤택'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개콘이 폐지되었다.


내겐 개콘에서 잠시 활약했던 제자가 한 명 있었다.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

그 아이가 진정 원하는 삶에 지지를 보냈었다.

그래서 이제 그 제자는 직업이 없어졌으니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개콘이 사라진 이후에도 이미 유명한 간판 개그맨들을 여러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나 새내기 개그맨이었던 제자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후.

텔레비전을 보며 웃었던 때가 가끔 그리웠다.

웃을 일이 없는 건지ᆢ웃지 않을 나이가 된 건지 그래도 예전엔 개그프로를 보면서 웃을 수 있었던 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된 것이다.

나의 생각이 이렇게 닿았을 무렵 '개승자' 프로가 나타났다.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이 없는 나는 다음 메인에 뜨는 개승자의 공연을 조금씩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승윤의 '알고리즘' 파트를 보고서 빵빵 떠지고 말았다. 내 안에서 잠자던 웃음이... 잃어버렸던 웃음이

살아서 내 입 밖으로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나는 내 안에서 이런 웃음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특히 '나는 자연인이다'를 패러디 한 장면을 볼 때는 거의 박수를 치면서 웃었다.

파리채를 가지고 뛰어다니던 --그 예전에.. 기억은 잘 안 나지만...--그 장면에서 관중석도 뒤집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다들 나처럼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았던 것이다. 설령 보지 않았다 할 지라도 그 파리채를 든 개그맨(심문규라는  내겐 낯선 개그맨이다) 너무너무 웃겼다.

그 이후 텔레비전이 없는 나는 유튜브의 개승자를 구독 신청하고 파트를 다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 중

이승윤의 '알고리즘'에 이어 김준호팀의 '인류의 마지막 노래 '를 재미있게 보았다.

 관중석으로 나아가던 그 마지막 인류가 고함친 것은 바로 '거리두기' 였다. 반전의 웃음이었다.

 김준호 개그맨과 이승윤 개그맨의 공통점은 그냥 그들은 내가 보는 관점에서 보고만 있어도 웃기다.

 진짜 개그맨들이다.

오랜만에 웃게 해 준 개승자... 오래오래 많이 웃겨주길 바란다. 이  코로나 시대에 좀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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