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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미셸 오
Nov 23. 2021
중얼중얼.. 중언부언
두 달간 글을 쓰지 못했군요.
아니... 사실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답니다.
제 글을 기다려왔던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그런 독자분들을 위해 글을 써야겠구나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답니다.
실로 오랜만이죠. 수도 없이 글을 써내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글을 오래도록 안 쓴 탓인지 내 글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데... 사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체 무슨 내용을 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운 좋게도 제 브런치 북 중 한 권이 -윌라 오디오 북-에 당선되었고
다음 달 12월에 -윌라 오디오-로 출시됩니다.
어떤 성우의 목소리로.. 어떤 분위기로 담길지 기대가 됩니다.
오로지 그 -윌라 오디오 북-에 대한 기대만이 요즘 제 삶의 에너지가 되어줍니다.
다른 것들은... 그저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그러지 않습니까. 젊어서 좋겠다.
저는 그 '젊어'라는 단어 안에 무수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합니다.
20대에 세상에 대한 기대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충만했었던지 모릅니다.
데체 뭘 믿고 그렇게 기쁨과 기대에 찼던 걸까요.
50대의 저는 20대의 그 섣부른 용기와 열정과 자만이 되려 부럽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을 억지로 가지려 해도 생기지 않으니 말입니다.
성숙과는 거리가 먼.. 세상에 대한 기대 없음과 열정 제로의 삶입니다.
산책을 가도 겨울의 거리는 더 삭막해졌고... 오늘은 너무 추웠어요.
게다가 이 한겨울에 핀 철쭉을 보니... 저게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디 그게 철쭉의 잘못인가.
착각하게 만든 기후의 잘못이지... 그러면서
정말 성숙해진 거라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의 지식이 좀 더 늘었고... 그렇지만 예전처럼 통통 튀듯이
즐겁게 수업을 못합니다. 곧
지쳐버리니
까요.
조금 걷다가 그냥 커피숍에 가서 맛난 커피 한 잔 사들고 가던 길을 되돌아 집에 와서 어제 사둔 빵에
적셔 먹습니다. 이때 조금 즐거워요.
나를 잠시 기쁘게 하는 장미꽃과 유칼립투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금씩 사곤 하는 데 5일째인 오늘은 거의 시들었네요.
저녁 후 보충 수업을 하고... 이제 고3이 되는 여학생의 마스크로 가린 입과 코 위로 드러난 얼굴이 야위어 보입니다. 이제 곧 기말시험이거든요.
이황의 <도산십이곡>에서 평생을 책을 벗하고 때때로 산책하는 즐거움이 좋다 하였는데
그것은 은행에 목돈이 좀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아이고... 이런저런 글을 제 멋대로 쓰고 말았네요.
아참. 그리고 갑자기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주문했다가 반품한 일이 있었어요. 연말이면 가슴을 설레게 하던 그
트리의 반짝임.. 그것을 기대하였는데.. 막상 빨간색 양말과 산타 인형과... 반짝이 등을 보는 순간
성탄절이 지나고 난 뒤의 허전함이 먼저 떠오르지 뭡니까.
특히 새해가 시작되면 작년의 설레던 트리는 더 마음을 휑하게 하는 점이 있었던 터라.
결국 트리 대신 양키캔들로 샀습니다.
지금은 유칼립 향이 나는 캔들을 켜 둔 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올 겨울시작에서 가장 추운 오늘 밤.
저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의 횡설수설이었습니다. 포근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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