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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Jan 12. 2022

국민가수 '박창근'

나를 울리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열정의 소멸이다.

젊었을 때 차고 흘러넘치던 나의 카랑카랑했던 목소리. 터질듯한 웃음

두 눈에 가득 고이던 눈물이 어느새 사그라지고 말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감성이 풍부했던 시절에도 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다.

오늘 우연히 유튜브에서 국민가수 '박창근'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가수의 노래를 듣고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노래의 가사에 담긴 내용을 목소리에 그대로 담아내는 그 노래를 듣고 있자니 

지나갔던 시간들이 가슴속에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이었다.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행복의 샘이 터지는 것 만 같았다.

그래서 메말랐던 나의 감성이 생기를 얻고 이렇게 힘을 얻어 글을 쓰고 있다.

그래.

저 가수가 나를 일으키는구나.

누가 내 글을 읽고 일어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박창근의 '미련'을  들으면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쓴다.

대학교 때 음악다방에 가서 들었던 가수들의 분위기가 되살아 나온다. 나는 그때 과 친구들과 함께

도심 한가운데 있는 음악다방 '무아'를 찾아 그 어둑한 의자에 앉아 디제이가 들려주는 신청곡을 

지겹게 듣고 나왔다.

그때 어둠이 내린 도심의 한 골목길 밥집에서 저녁으로 순두부찌개를 먹고 맥주를 마셨던 그 시절.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버렸을까.

통기타와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있자니 진정 나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던가 하는 아득한 안갯속에 갇혀버린

과거가 아름답게 그려져 온다.

이제 내 대학 시절의 나이보다 나이가 많은 딸을 가진 나는 어느덧 중년의 여인.  

머리카락도 어느덧희끗희끗해지고 있다. 요즘은 많이 걸어서 아킬레스건염이 와서 고생 중이고..

어느덧 그의 노래는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음을'로 바뀐다.

다행인 것은 

내게도 진정한 사랑이 한 번 있었다는 점이다. 상대방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을지라도.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특히 단정히 깎은 뒷머리가 좋았던... 그 도심의 거리에서 

장미꽃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장미 한 송이를 꼭 사서 내밀었던 그 사람.

내 눈두덩에 바른 그린 색 아이섀도를 예쁘다고 말해주던 사람.

비빔밥을 한 숟가락 떠서 내 입에 넣어주던 사람.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아주 짧고 강렬한 사랑이었기에 오래도록 가슴에 새겨져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은 정말 약이기도 했고 망각의 기능은 대단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그 사랑은

남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것처럼 무덤덤해졌다.

이별의 고통을 안겨주었기에 어쩌면 더 기억에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내 나이 70이 되면 이 기억을 떠올려 글을 꼭 남길 예정이다.

박창근이라는 가수의 감성 가득한 노래가 나의 지난 기억들을 아름답게 혹은 슬프게 수놓는 

1월의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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