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길고 긴 하천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서 하루 종일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간 코로나로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가 마스크를 벗고 봄엔 푸른 신록들과 철쭉이며 달리아며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해방감을 느꼈다. 요즘은 산책로를 따라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었다가 갈색으로 무수히 떨어지는 낙엽들을 밟고 걷는다.
그런데 산책을 하면서 앞뒤로 질주하는 자전거들의 횡렬로 불편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지라.
길은 세 명이 나란히 서면 딱 좋은 넓이며 한쪽에는 하천이 저만치 아래인지라 자칫 자전거와 잘못 부딪히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고 자전거의 운전자 역시 크게 다칠 수 있다.
어쩌다 한 두 번 마주치는 자전거는 이해하련만 날이 좋을 때면 어른 남자들이 속도를 내며 음악을 틀고 휑하니 지나가기 일쑤여서 느릿느릿 걷던 사람들이 옆으로 황급히 비껴서게 만든다. 이때는 한껏 여유를 느끼#던 사람들의 정서는 여지없이 흩어지고 만다.
간혹 가족들이 줄줄이 자전거를 타고 내리 달리니 걷다가 옆으로 비켜서서 자전거들이 다 지나가길 기다린 적도 많다.
산책로 입구엔 버젓이 자전거 금지라고 적혀 있지만 미처 못 읽은 것인지 읽어도 모른 척하는 것이지..
길을 걸을 때마다 뒤에서 자전거가 벨소리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면 잠시 여유를 찾던 마음이 흐트러지고 저만치 앞서가는 자전거 뒤통수에 대고 예쁜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그러나 아래로 흘러가는 물에서는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고 왜가리도 하천 위 돌 위를 걷다가 미끄덩하고. 길고양이가 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벌러덩 누워 있거나 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무수히 떨릴 때 도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아차, 누군가 개똥을 치우지 않고 가서 그것 위에 똥파리들이 들끓는다.
봉지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반려견들이 싼 오물을 직접 수거해가는 사람들 속에서 이렇게 가끔 산책로를 망쳐 놓는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다시 불쾌해지는 것이다.
올해 5월의 봄의 일이다.
늘 코스모스가 피고 지던 그 자리에 무수히 백합이 피어났다. 색도 가지각색.. 보랏빛에 빨강.. 노랑 흰색..
수입종인 듯하였다. 그렇게 무수히 꽃을 피운건 작년 겨울에 양파 같은 씨를 심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백합이 하천 길 주변 어느 한 지점에만 심었던 것이었고. 4월에 피어나던 꽃은 5월이 되기도 전에 다 져버렸다.
꽃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파 줄기 같은 그 사이로 코스모스 이파리들이 올라오는 중이었는데.. 이미 코스모스가 자라던 자리에 하필 백합을 겹쳐 심을 건 또 무엇이었이며 (다른데 심을 자리도 물론 있었는데도...)
며칠 전에 그 백합 줄기를 또 다 파헤치고 있었다. 그 인력들을 차라리
하천 아래 어지럽게 자란 물풀들과 잡초들을 제거하는 데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 산책할 때마다 하천 주위의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인해 모기와 벌레들이 득식 득실 하는데 여태껏 그 잡초들을 제거하는 것을 못 봤다..
이후
주민센터에 자전거를 통제해 달라고 전화를 걸었다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천의 관리가 각기 3분할되어 있어서 산책로의 일부만 자신들의 관리하에 있다는 것이었다.
즉 산책로의 3분의 1은 시에서 관리하고 나머지 두 부분은 주민센터. 나 머니 한 개는 출장소..
그동안 산책로의 하천 관리가 적극적이지 못하였던 이유와 함께 전반적으로 관리가 안되던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하천의 산책로에 맥이 끊기듯 심어졌던 꽃들의 이유도 덩달아 알게 된 셈이었다.
나는 담당 공무원에게 " 왜 이렇게 나누어서 관리를 하죠? 한 곳에서 하면 관리가 잘 될 텐데요?"
하고 물었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공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나의 좁은 소견으로는 이렇게 만보 정도 되는 하천 길을 세 개로 분할되어 관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여러 불편한 점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한 곳에서 통일하여 관리를 안 하는 것도 우습고 왜 또 시정이 되지 않는지 의아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