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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Nov 29. 2022

#시절 인연


정말 지겨운 코로나 시절이다.

이미 식당에서는 마스크를 벗어야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마스크를 벗지만 식사를 마친 후 사람들은 후다닥 다시 마스크를 낀다.

나 역시도 커피를 마신다든지 밥을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를 껴야 편하다.

코로나가 완전히 물러가지도 않았고 문자로는 매일 코로나 확진자수가 증가하는 것 같다.

마스크를 착용한 후에 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 데 무척 서툴러지는 느낌이다.

자세히 보려고도 않는다. 그래서 두어 번 마주친 것으로는 기억을 잘 못하겠다.

마스크 위에다 선글라스까지 낀 사람들을 보면 어떤 얼굴인지 전혀 모른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때가 다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얼굴을 가리고서야 사람을 제 때에 만나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아버지의 무를 가져갔던 지인은 십여 년을 알고 지낸 사람으로 무척 마음이 너그럽고 잘 베푸는 사람이었다. 평생 친구로 지내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어느덧 서먹해지는 느낌은 막을 수가 없었다.

얼굴을 못 본 지 5년인데 전화로 그간의 소식을 묻기에는 "잘 지내시죠?"라는 인사말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니 더 아쉬울 밖에. 그래서 더 일부러 솔음으로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법정 스님의 글에서 사람에게는 시절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글을 읽고 옳다구나 했었다.

이사를 가든 가까이 살든 알게 모르게 서서히 멀어지는 인간관계들이 있었다.

젊어서는 그런 인간관계를 억지로 이어 붙이려다 더 틀어지는 경우도 있었기에 떠나는 인연을 억지로 잡아둘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또 새로운 인연은 생기게 마련이니 말이다.

한 번은 여기서 알게 된 한 분이 자신이 실수를 해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는데 자신이 자꾸 변명을 하고 전화를 걸고 하다 보니 더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다고 애를 태우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사과를 했으면 기다리고 혹 사이가 멀어지더라도 너무 애태울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법정 스님의 시절 인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동안 너무 친하게 잘 지낸 친구여서 멀어질까 노심초사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가족이라도 영원히 같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인생의 70년 80년 장수하면 100년일지라도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내 인연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내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인연들.

순간순간 사랑하고 배려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어서어서 코로나가 완전히 떠나가길 바란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입을 보면서 말하고 싶다.

그들의 표정을 읽고 싶다.


창밖을 보니 날이 흐리다. 날이 흐린 것인지 미세먼지 탓인지 분간이 안된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는 세상이 올 줄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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