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생명력이 가득한 낙원 같은 자연이 탐욕스런 인간과 어떻게 대비되는지 똑똑히 보았다. 거대한 대륙이면서 웅대한 자연의 아프리카. 신이 만든 그 낙원을 인간이 어떻게 훼손했는지.. 그 죄악 된 인간들의 추악함이 한 순수한 어린아이조차 그들의 추악함 속으로 어떻게 끌고 가는 지를.
아프리카도 거대한 대륙이니 만큼 수많은 인종과 언어와 종교가 섞여 있고 그 안에서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랍계. 인도계. 아시안계 아프리카인들이 살고 있었다. 이 소설의 작가 역시 아랍계 이슬람의 정체성을 가진 동아프리카인이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출신인 그는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내부에서 벌어진 쿠데타를 피해 영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책의 뒷장에서도 설명되었듯이 이 소설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탄자니아 바오밥 나무-픽사베이
<낙원>은 1994년에 발표되었다. 탄자니아의 해안 마을이 배경이며 12살 소년 유수프가 탕가니카 호수와 콩고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 나오며 겪는 성장소설이며 비극적 사랑이야기다.
작가는 1924년부터 1918년까지 동아프리카 당시탕가니카로 불렸던 곳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것을 다루고자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의 주인공이 어떻게 당시의 상황에 휩쓸리고 또 그로 인해 어떤 여정을 밟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또한 구르나의 소설이 번역된 것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였다고 한다.
아랍 상인들-픽사베이
주인공 유수프는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독일과 영국의 대립이 있었던 시기에 동아프리카 신흥도시 카와에서 자랐다.
그러나 호텔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빚 때문에 그 일대 거상인 아지즈 아저씨에게 빚에 대한 담보물처럼 넘겨진다. 그러나 유수프는 자신이 빚 때문에 팔렸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
아지스 아저씨의 집과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된 유수프. 여기서 만난 칼릴은 유수프와 비슷한 처지의 인물로 현실에 체념하고 사는데 이는 유수프의 미래를 암시한다
그 집에는 낙원처럼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이 공간은 통제되고 갇힌 공간으로서 그 정원의 집 안에는 여자들이 산다. 이 소설의 '낙원'이라는 제목의 아이러니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아지즈 아저씨는 친절해 보이기는 하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현실적인 인물이며 유수프는 그런 아지즈를 따라 내륙으로 향하는 상인들의 카라반에 합류하게 되는데 이 여정은 위험과 착취. 폭력이 가득한 세계다.
"유수프 너는 그들과 같이 가서 인간의 본질이 얼마나 천박하고 어리석은지 봐라"
"너는 우리가 지나치는 곳들을 보게 될 텐데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장사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야 그들은 마비된 벌레처럼 살지. 장사꾼들보다 더 영리한 사람들도 없고 더 고귀한 직업도 없지. 그것이 우리의 삶이란다."
빅토리아 폭포-픽사베이
한편 그는 처음 보는 위대한 자연 앞에서 넋을 잃는다. 웅장한 산과 폭포에서 말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숭고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여정 속에 벌어지는 질병, 폭력, 착취의 모습과 더 강하게 대비되는 효과를 주며 특히 독일군대의 존재가 현지 사회를 어떻게 붕괴시키며 식민지 하의 인간의 삶을 어떻게 억압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 위에서는 빛이 초록빛이었어요. 내가 상상한 적이 없는 빛이었어요. 공기는 깨끗이 씻긴 것 같았어요. 아..(중략) 우리는 폭포 앞에 멈췄어요. 아름다웠어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어요. 거기서는 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천국의 문 같죠."
"수치스러운 것은 그들이 그에게 살도록 강요한 그들 모두에게 살도록 강요한 방식이었다. 그들의 음모와 증오와 보복적인 탐욕이 단순한 미덕들조차 교환과 교역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렸다."
킬리만자로 산-픽사베이
" 한 번 더 여행하고 나면 너는 쇠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의 개들이 모든 곳에 있으니 더 이상 여행은 없을 것이다. (중략)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먹이는 똥보다도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유수프는 아지즈의 집에서 정원 안에 있는 한 여성(칼릴의 여동생)을 사랑하지만 그 관계도 자유롭지 않고 제한되어 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가득한 정원이 있지만 높은 담 안에 갇혀 지내는 여인들. 그 정원에서 느끼는 사랑. 그는 사랑을 위해 도피하려 했으나 유수프는 독일군의 점령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계획은 꺾이고 만다.
"그는 수피나무 그늘 너머에서 똥무더기 여러 개를 발견했다. 개들이 벌써 그것을 조금씩 먹고 있었다--(중략) 그들은 몸을 살짝 틀어 자신들이 먹는 것을 그의 탐욕스러운 눈길로부터 지켰다. 그는 너무 놀라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렇게 더러운 것을 먹는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개들은 똥을 먹고사는 자를 보았을 때 즉각 알아보았던 것이다"
소설의 끝에서 유수프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똥을 먹고 사는 자'로 인식하며 독일 군대에 끌려가듯 합류하게 되는데 식민주의 폭압 속에서 난민들의 무력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곧 그의 이 선택은 스스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가 아닌 또 다른 속박이 되고 그래서 지옥 같은 현실이 계속됨을 보여준다.
페르시아 정원-픽사베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 탕가니카 호수. 잔지바르를 검색하였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의 산.. 빅토리아 폭포 등을 사진으로 직접 볼 때는 소설 속 상상보다 더 경이로운 자연을 느끼기도 했다. 그 당시의 유럽의 동아프리카에 대한 탐욕과 지배를 둘러싼 갈등이 이 나라들을 얼마나 고통 속에 빠지게 했는지.. 제국주의의 칼날에 희생된 당시의 아프리카와 그로 인해 생겨난 난민들의 삶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한편 '탄자니아 커피' '킬리만자로의 의 산' '빅토리아 폭포' 를 가진 나라인 탄자니아. 잔지바르가 너무 궁금해져서 언젠가 꼭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참고*
탕가니카 호수- 담수호로서 '평원처럼 펼쳐진 호수'라는 의미다. 이 오래된 호수는 탄자니아.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4개국을 가로진 주변 국가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고 국가 간의 중요이동 통로였으나 독일. 영국 등의 유럽 강대국들의 탐욕으로 짓밟힌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