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끔찍한 월요일 아침.
일요일 밤부터 온몸을 짓누르는 월요병의 무게는 강릉 왕복의 피로가 더해져 평소의 세 배쯤 되는 것 같았다. 주말 내내 강릉에 있는 친척 상갓집에 다녀오느라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했다. 금요일 밤부터 시작된 운전과 조문, 그리고 일요일 오전 발인까지 치렀다.
친척 집안에 관을 들 남자 형제가 부족했던 탓에, 나도 장정으로 함께 운구를 도와야 했다. 무거운 관을 들고 산길을 오르내린 여파로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겨우 서울로 올라와 눈만 잠시 붙인 상태. 내 정신은 여전히 강릉 동해바닷속에 표류하며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알람은 마치 고문 도구처럼 느껴졌다. 몽롱하고 무거운 머리로 허우적거리며 옷을 주워 입는데, 과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허 주임, 오늘 내가 오전에 외근하고 점심시간 지나서 사무실에 들어갈 예정이거든. 미안한데 거래처에 보낸 샘플 중에 b-37이 누락됐다고 하니까, 출근하면 바로 챙겨서 좀 가져다줘야겠어. 10시까지는 꼭 도착해야 한다니까 조금만 서둘러줘. 잘 부탁해!"
"아, 그냥 반차 쓸걸..."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월요일에 회사 결근하거나 휴가 내는 것이 눈치 보여 신청하지 않았는데, 밀려오는 것은 이미 늦은 후회였다. 나는 곧장 현관으로 돌진했다. 현관에 놓인 구두에 발을 밀어 넣었다. 신발이 뻑뻑했지만, 운전하느라 발이 부었겠지 생각하며 억지로 발을 밀어 넣었다.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 카카오 택시를 예약하고 대로변으로 뛰기 시작했다.
회사에 도착해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로비를 가로질러 뛰었다. 하지만 걸을 때마다 발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마치 모래 위를 걷는 듯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초조하게 층수를 알리는 불빛을 보며 서있는데, 마침 같은 부서 '관 사원'을 만났다.
"주임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 좋은 아침!"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은 샘플 생각에 조급 함뿐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나와 관 사원, 그리고 다른 부서의 직원들 몇 명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좁은 공간, 팽팽한 정적이 감도는 그 순간, 관 사원이 내 발을 보고 외쳤다.
"엇! 허 대리님! 신발이 짝짝이예요!"
순간, 엘리베이터 안의 모든 시선이 내 발끝으로 쏟아졌다. 정적을 깨고 터진 관 사원의 외침은 마치 확성기를 댄 것처럼 공간을 울렸다. 나는 얼굴이 화르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뒤에서 다른 부서 직원들이 참지 못하고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왼쪽 발에는 평소 회사에 자주 신고 오는 짙은 갈색 로퍼가, 오른쪽에는 어제 상갓집에 갈 때 신었던 검은색 옥스퍼드 정장 구두가 끼워져 있었다. 검은색과 갈색, 분명 다른 색, 다른 종류의 신발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강릉에서 되돌아오지 못한 내 정신이 이 둘을 한 쌍으로 회사까지 데려온 것이었다. 이 부조화가 이른 아침, 엘리베이터 안 동료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
관 사원은 말해놓고도 실수했다 싶었는지 바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발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 이후 엘리베이터 안은 적막으로 가득 찼고,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거의 몸을 던지듯 그 자리를 탈출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내 자리로 향했다. 그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오갔다. 짝짝이 신발도 해결해야 했지만, 그래도 샘플 전달이 급선무였다. 옆 자리에는 동기인 주태가 이미 출근해 있었다.
"야, 나 신발 좀 빌려줘."
"뭔 소리야."
주태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반문했다.
"나 너무 피곤해서...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왔어. 빨리 거래처에 누락 샘플 가져다줘야 하니까 네 구두 좀 잠깐 신자!"
주태는 내 발을 쳐다보고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엘리베이터에서 웃음거리가 된 마당이라 아랑곳하지 않았다. 슬리퍼를 신고 가지런히 벗어놓은 주태의 신발에 내 발을 집어넣었다.
저 멀리서 관 사원을 비롯한 신입사원 무리들이 우리 쪽을 보며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신발을 갈아 신고 샘플실로 향했다. 빨리 연기가 되어 사라지듯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주태의 구두를 신고 회사를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나는 내 발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양쪽이 같은 균형 잡힌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잠시 내 발을 바라보던 나는 이 모든 게 너무 황당해서 파안대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이후, 나는 집을 나서기 전 꼭 내 발을 3초 이상 바라보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또 전날 신은 신발은 꼭 신발장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야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짝짝이로 신고 나갈 일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날의 황당함과 민망함이 나를 좀 더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