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으로 여행하기#3
'트램'이 좋다.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간혹 소유하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데, 트램이 사라져버린 도시에서 온 내게 이 고풍스러운 전차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대신할만했다.
부슬비가 꾸준히 내리던 홍콩의 일요일. 간판 가득한 거리 사이로 하얀 트램 하나가 젖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복층으로 된 트램의 2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무로 된 낡고 좁은 층계를 올라가야 했다. 트램 내부의 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푹신한 가죽시트는 홍콩의 거리를 조용히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창문에 알알이 맺힌 빗방울들. 빗물에 왜곡된 바깥 풍경을 자세히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객차가 부드럽게 전진하자, 좌우의 창문으로 일그러진 빌딩들이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비는 그쳤다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는데, 변덕스러운 하늘에 비해 거리의 표정은 차분했다. 그 거리 위를 미끄러지는 트램은 걸음이 무척 느리다. 홍콩 사람들은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임에도 운행 중인 트램과 트램 사이를 능숙하게 건너 다녔다.
웬일인지 수없이 규칙을 어기는 그 풍경이 그다지 무질서해 보이지 않았다. 우중충한 날씨와 트램이 만들어낸 몽롱한 느낌의 홍콩의 거리. 마치 꿈에 취한 듯 흘러가는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홍콩에 사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평범하다고 느껴졌을 하루였을 테지만, 호기심 가득한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선했다. 평소에 관심 없던 도로의 소화전이며, 복잡하게 늘어서 있는 간판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이 도시의 공기까지도. 갑자기 없던 관찰력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끈적이는 일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을 때, 비로소 주위를 돌아보게 된 것일 뿐.
내게 묻어있던 일상의 얼룩이 낯선 공간 속에서 조금씩 희석되어 가는 느낌이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