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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Sep 22. 2019

백사마을을 그리다

백사마을 어반스케치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일부 외부인을 불편해하는 시선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관광지가 아닌 삶터를 그린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의 무게가 다른 일일 줄이야.


재개발은 주민들의 자본주의적 계급을 명확히 드러나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잉여자본을 축적하는 기회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저렴하고 합리적인 주거공간을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더 큰 이익이 추구되는 한편으로 불안으로 내몰리는 이가 발생하고 만다.


좁은 골목 안에서 한 장의 그림을 그리며, 주민들의 일상 속에 잠시 머물러보았다. 벽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가을 하늘보다 더 높았고, 대문 앞 작은 평상 위에서 굽는 삼겹살 냄새는 고소하기만 했다.

백사마을, 2019


백사마을에 대한 불필요한 과장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림을 통해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당신들의 하루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그 눈부신 날들 중 하나를 허락해주어서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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