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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Jun 12. 2016

제주의 끝 마을, 종달리

Drawing Blue #13

일부러 종달리를 찾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버스를 타고 이 동네를 지나다가 충동적으로 몇 번 내린 적이 있다. 종달리의 낮은 지붕과 종달초등학교 너머의 지미봉을 발견할 때면, 괜스레 이곳을 들렀다 가고 싶어지곤 했다.


사람들은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조선시대에 목사가 새로 부임해 오면 제주의 곳곳을 시찰하였는데, 시흥리에서 시작하여 종달리에서 행차를 마쳤다고 한다. 제주올레 역시 이 방향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제주올레 21코스가 바로 이곳 종달리에서 마무리 된다. 마칠 종(終), 이를 달(達). 어쩌면 종달리의 이름이 가진 ‘마지막’의 이미지가 이곳으로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종달초등학교와 지미봉


종달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지미봉이 눈에 띈다. 다른 오름들에 비해 유난히 정직한 산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겉보기와 달리 은근히 높아서 올라가는 동안에는 꽤나 숨이 차오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종달리의 모습은 충분한 보상이 될 만했다.


종달리의 가옥들


예전에 이 마을엔 소금밭이 많았다고 한다. 생산된 소금의 품질이 좋아 육지로 팔려 나가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개간되어 밭이 되거나 주거지 혹은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수상한 소금밭 게스트하우스


종달길분식, 순희밥상, 도예시선


종달리는 골목을 걷는 재미가 쏠쏠한 동네다. 세월이 흔적이 묻어있는 작고 구불구불한 산책길은 한적하지만 구경할 것이 많아 심심하지 않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당근 주스 한 잔으로 목을 축이기도 하고, 아담한 동네 책방에서 책들을 구경하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낼 수도 있다.


당근주스가 맛있던 카페, 바다는 안 보여요
종달리의 보석, 소심한 책방


제주의 끝마을 종달리. 하지만 이곳을 끝이 아닌 여행의 시작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을을 품고 있는 따스한 지미봉의 모습처럼 자신만의 여행을 하는 이방인에게 다정스러운 마을이었다.

"육지 촌놈 왔냥"


브런치에 연재해왔던 매거진 '드로잉 블루'가 <드로잉 제주>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됩니다!
7월 중 출간을 목표로 교정 작업과 표지 작업을 진행중이랍니다. 드로잉으로 기록한 제주의 소담스러운 이야기들을 여러분 두 손에 쥐어드릴 수 있도록 끝까지 잘 마무리 하겠습니다. 곧 서점에서 뵈어요 :-D
From. 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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