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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Jun 23. 2016

드로잉 블루, 드로잉 제주

Drawing Blue #14

제주를 찾아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개의 명소로만 기억되기에는 이 섬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너무나 다채로웠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로써 제주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자라고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이야기를 듣길 원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이 전해주는 거대한 치유의 힘과 그 안에서 맹렬히 피어올랐던 인간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곳을 그림으로 담게 되었습니다.


여행 중에 남긴 사진들


제주를 취재하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항상 블루(Blue)라는 단어가 맴돌았습니다. 이 ’블루‘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제주의 푸름, 아름다움을 의미하며, 다른 하나는 슬픔, 아픔을 의미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유난히 많은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혹한 자연환경과 자원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흔적만 남아있는 마을 터에는 참혹했던 4·3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비극의 공간 앞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 조차도 조심스러웠습니다. 제주의 푸른 자연과 도민들의 굴곡진 삶은 섬이 품고 있는 역사적 시련과 고난 위에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느린 시선으로 바라본 이 섬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평대리의 여름


두 가지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걷는 여행, 그리는 여행이라는 가장 느린 여행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더 깊게 바라보자, 섬은 제게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제주의 이곳저곳을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바람을 타고 내려 뺨을 때리는 소나기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풀리지 않는 물음들에 대한 해답이 그곳에 있다고 믿었던 걸까요. 걷는 동안은 발끝으로 그리는 동안은 손끝으로 제주의 풍경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꽤나 고생스러운 여행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항상 새로운 감동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매번 신이 났습니다. 제주의 비와 바람과 햇살을 겪는 동안 돌아와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마구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3개월의 기록들


제주에 다녀온 저는 언제나 다시 힘차게 달릴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건강한 에너지로 충만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렇듯 제주에서의 여행은 제게 작은 도전이자 치유의 시간이자 창작의 원천이었습니다.


<드로잉 제주> 경향미디어


2015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약 13개월간의 기록은 마침내 한 권의 이 되어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소중한 공간이었던 만큼 이 섬을 하나의 과제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조금씩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행복한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손끝으로 풍경을 기록하는 행위는 섬을 더 깊고 치열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깊고 침착한 관찰을 통해 제주가 품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풍경 속에 담겨져 있는 문화와 역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종이 위에 제주를 기록하며, 이 섬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숨겨진 주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은 여러분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일입니다. 이번에는 카메라 대신 연필과 물감을 챙겨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순간, 섬은 그동안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당신 앞에 풀어놓기 시작할 테니까요 :-)


<드로잉 제주> 온라인 구입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교보문고 http://me2.do/GDd3Ld4R
예스 24 http://me2.do/5ptVqx7n
인터파크 http://me2.do/FbWyqWh4
알라딘 http://me2.do/5jqQBqZz
반디앤루니스 http://me2.do/FMU3T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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