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 Blue #23
나 힘들어.
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내 마음의 짐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이 낯설었다.
쓸데없이 자존심이 센 것이 언제나 문제였다.
촌스럽지만 그게 나였다.
어둡고 탁한 하늘.
머리카락을 어지럽게 흩어버리는 바람.
무작정 내려온 제주는
나를 닮아 우울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세찬 바람 속에 휘청이면서도
내겐 가야할 곳이 있었다.
해변이지만 모래가 아닌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파도가 지척에서 거칠게 제 몸을 부딪는 곳.
어떤 해변보다 더 큰 파도의 외침 속에
내 부끄러운 고백도 먹먹한 울음도
모두 묻어버릴 수 있는 곳.
그곳에는
나보다 더 크게 울어주는 바다가 있다.
온몸으로 아프게 부딪치는 파도가 있다.
그들이 전해주는 무한한 위로가 있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가울 것 같던 바다의 하얀 손길은
묘한 따스함으로 내 뺨에
그리고 이마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