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영원히 배당하지 않는 기업

by 전병조

어차피 우리는 부자가 되기로 정해져 있습니다. 주가지수 ETF에 하는 저축을 중단하지만 않으면요. 근거 있는 확신을 얻기 위해 우리는 주식의 특성을 탐구했습니다. 주식은 저절로 복리 성장하는 기업자본의 소유권입니다. 돈을 받아낼 권리에 가치가 있다는 건 권리 즉, 주식 그 자체가 돈이 된다는 뜻입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미래에 얻을 배당과 잔여재산(청산배당이라고도 합니다)의 현재 가치를 누리게 됩니다.


그런데 배당금을 예측하기란 사실상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배당할인모형에 머무르지 않고 그냥, 잠재적인 최대 배당금으로서 잉여현금흐름을 할인하는 DCF까지 나아갔는데요. 이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3부의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회사가 벌게 될 잉여현금흐름이 잠재적인 최대 배당금이라는 건 순전히 이론적인 가정입니다. 경영의 측면에서 있으나마나 한 ‘잉여’ 현금흐름이긴 하지만 말이죠.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배당금의 최대 재원 혹은 출처일 뿐입니다. 주주의 대의기구인 이사회가 그 중 얼마를 배당하기로 결정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그 가운데 일부를 배당하고, 나머지는 필요 없더라도 기업에 남겨두게 됩니다. 이 때 기업을 소유한 주주의 가치에는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저는 궁금했습니다. 이것이 3부에서 다뤄질 주요 내용의 뼈대입니다.


FCF1에서 주주가 얻는 혜택의 정도와 관련해, 가능한 극단적인 두 경우를 먼저 다루겠습니다. 모든 FCF를 주주에게 돌려주거나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런 뒤에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놓이게 될 현실을 모델링하려고요.




2부에서 다룬 DCF가 바로 모든 이익을 몽땅 배당하는 첫 번째 극단이었습니다. 그 결론은 한 문장으로 "기대가 실현되면 가치는 할인율만큼 성장한다"로 정리됩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주주는 돌려받은 배당금으로 동일한 기대수익률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현재 가치와 일치하는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야 합니다. 꼭 그 주식이 아니라 다른 기업 혹은 자산을 사더라도요. 배당금을 투자하는 "가격이 결정되면", 기대수익률이 계산된다고 앞서 설명드렸지요. 만일 주주가 어리석은 가격에(비싸게) 배당금을 활용한다면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이것은 FCF1으로 원래 주식에 재투자하는 일을 회사가 대신 해줄 때에도 적용됩니다. 자기주식 취득, 간단한 표현으로는 자사주 매입에 관한 경우입니다. 이 때는 마치 경영진이 배당을 받은 주주인 것처럼 행동해야 합니다(세금 문제라든가, 주주 가치가 증가하는 방식에 사소한 차이는 있습니다). 경영진과 주주 각자가 전망하는 FCF 범위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지분을 팔고 떠난 사람들만 이득을 챙깁니다. 기대수익률이 감소하는 손해는 남은 주주들이 떠안게 됩니다. 배당금 재투자든 자사주 매입이든, 가격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 극단적인 경우로,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을 볼까요? 성장 기업으로 한정하면 이런 경우는 현실에서도 흔합니다. 사업에서 기대하는 성장률이 주주의 기대수익률보다 크다면 배당을 미루는 게 현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경우를 다루자는 겁니다. 이 사고실험의 결론에는 배울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 회사는 단순히 배당을 몇 년 동안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닙니다. 이 회사는 영원히 배당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사업 분야의 시장이 너무나 크고 경쟁력도 압도적입니다. 매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투자하고 잠재 성장의 최대치를 실현해 냅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극단적인 가정이니까요. 그리고 심지어, 많은 성장주 투자자들이 비슷하게라도 찾기를 꿈꾸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이러면 확실히 배당금 지급 청구권의 가치가 0입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이런 기업을 보유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럴 듯한 이유들이 세 가지 있는데요. 하나씩 검토해 봅시다.


첫째, 언젠가 더 많은 배당을 줄 거라고요? 아니요, 안 해요, 배당. 영원히 안 합니다. ‘언젠가’는 없습니다. 이 기업의 성장은 둔화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똑똑한 경영진에게는 주주를 속이려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주주 가치의 성장을 최대치로 실현해 주려는 성스러운 의지로 가득합니다. 영원히 성장할 시장에서 영원히 유지될 경쟁력으로 영원히 새로운 기회를 창출합니다. 따라서 이 이유는 기각됩니다.

둘째, 엄청나게 성장한 자본을 잔여재산으로 분배한다면 어떨까요? 잔여재산 분배는 기업이 자산을 팔아 현금화할 때 이뤄집니다. 그 자산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중단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도 발생할 리 없습니다. 영원히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은 청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회사의 사업은 영원히 둔화되지 않는 성장이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중단한다면 경영진이 멍청해졌거나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선한 의도를 잃은 겁니다. 이것은 처음의 가정에 어긋납니다. 따라서, 주주가 이런 기업으로부터 분배받기를 기대할 수 있는 잔여재산의 현재 가치도 0입니다. 어라, 주주가 기업을 소유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없는데요.


“FCF를 배당금 지급 대신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면 되잖아”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하지만 그 아이디어도 기각됩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들의 보유지분을 높여서 주당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줍니다. 가령 주식 수가 0.952(=1÷1.05)배로 줄어들면, 지분 가치는 기존에 비해 1.05배 늘어나지요. 유통되는 자사주를 줄여서 얻는 가치 상승은 곱하기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주식에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에 적용되는 효과입니다. 영원히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은 가치가 처음부터 0입니다. 그러니 지분율이 아무리 더 늘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재활용도 못하는 휴지를 몇 갑절씩 모아봐야, 주주의 지분 가치는 여전히 0이 됩니다.


셋째, 시장에서 비싸게 팔면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좋아했던 실현손익 말이죠. 이것도 말이 안 됩니다. 가치를 주지 않는 주식을 사려고 하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DCF에서 잔여재산의 크기를 추정하던 방식을 기억하실 겁니다.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서 얻을 수 있는 돈으로 영구가치를 결정했었는데요. 자산을 인수하려는 투자자도 우리처럼 DCF를 할 줄 안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다른 모든 투자자들이 같은 정보를 얻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들이 우리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결론에 논리적으로 다다를 겁니다. 영원히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에게서 아무런 효용도 얻을 수 없다고 말이죠.


그런 사실을 우리만 알고 있을 리 없습니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주식의 가치 근처에서 가격을 형성합니다. 가치가 0이라면 적어도 비싼 가격에 팔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은 흥분한 미스터마켓을 매번 거절하고, 앞질러 갔던 강아지는 주인 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속을 거라고요? 그런 행운을 기대하는 건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결국 완벽한 성장 기업의 충직한 경영진은 역설적으로 주주의 가치를 0으로 만듭니다.


이 주장들이 모두 정말일까요? 주주가 전망했던 FCF를 기업이 실제로 벌고도 전혀 배당하지 않으면 현재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겠습니다. 서술의 편의상 2년 후까지만 실적을 전망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시점이 0일 때 현재 가치는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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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FCF1이 발생했지만 주주에게 전혀 배당하지 않으면 PV1은 다음처럼 됩니다. 첫 번째 항 분모의 거듭제곱이 ∞ 기호는 FCF1을 영영 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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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의 현재 가치에는 '당장 혹은 나중에', '받을 돈'만 할인되어 합산됩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주가 받을 뻔 했던 FCF1은 회사의 자산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면 FCF1은 PV1에 전혀 기여하지 못합니다(혹은 시간이 무한히 흐른 뒤에 받을 돈이니까 (1+r)의 무한대 거듭제곱으로 할인되며 0이 됩니다). 기대했던 ‘할인율만큼의 성장’에 비해 FCF1이 줄어든 효과입니다. 회사에 유보한 FCF1이 미래의 다른 현금흐름 기대를 개선해 주지는 않을까요? 글쎄요, ‘잉여’ 현금흐름이 유보된다고 한들 뭘 더 해줄 수 있으려나요. 그래도 최대한 양보해서 주주의 전망이 FCF2’으로 수정되고, 영구성장률도 g‘이라고 표현해 보겠습니다. 그 상태로 1년이 더 흐르면 이렇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와 세 번째 항의 0은 역시 받지 못한 FCF2'을 나타냅니다.)


DCF 3.jpg


2년째 시점의 현재 가치 PV2는 심지어 더 줄어듭니다. 당초에 전망했던 FCF2보다 현금을 더 벌었어도 여전히 경영진은 배당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면 영구가치는 어떨까요? 2부에서 영구가치도 결국은 다른 투자자들이 전망하는 모든 FCF들의 영원한 합계라고 설명했는데요. 세상 그 누구도 주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이 영원히 없으니까 영구가치의 값도 0입니다. 가치가 0인 이 소유권을 제정신으로 인수하려는 투자자는 한 명도 없으니, 100원이라도 받고 팔 수도 없습니다. 회사는 복리의 속도로 윤택해지는데, 그 주인은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이것이 영원히 배당을 하지 않는 극단적 기업의 가치입니다.


그렇다면 배당의 두 극단 사이에 놓인 현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까요? 기업은 FCF의 일부를(0~100%) 배당하거나 자사주 매입으로 유출합니다. 나머지는 자산으로 축적해서 사업에 활용합니다. 그 효율이 높아야 주주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또한 주주의 몫에 관한 회사의 결정은 영원히 굳어지는 것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실상을 다시 엄밀한 문법으로 묘사해보는 것이 우리의 다음 궁금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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