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쿡인노동자 Jul 15. 2016

근황

Remote Year 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Remote Year 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지원했다는 글을 쓴지가 벌써 6주가 넘게 지났네요. 사실, 저 글을 쓰고 사흘만에 Remote Year 에는 최종합격했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습니다.

합 to the 격!

합격하고 기쁜 마음도 잠시, 확보를 하고 나서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과연 내가 정말 1년이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는가, 이게 제일 행복한 선택이 맞나, 그리고 가려면 어떤 준비들이 필요한가, 라는.


8월 1일에 출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원하면서 "아, 8월 1일은 조금 어렵고 9월 1일이면 참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일단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신기해서 지원했었는데, 면접에서 9월 1일에 출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RY 측에서 센스있게 9월 1일 프로그램으로 합격을 시켜줬습니다. 사실 마음먹고 준비하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합격은 한 셈.


일정 - 8월 프로그램에 비해 첫 3개국이 동남아시아라 아쉽기는 합니다




칼이 제 손으로 넘어옴에 따라, 저도 일단 이 선택을 실현시키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도 하고, RY 측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하고 정리한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가. 1년 동안 한국 음식 먹기 어려울 수도 있고, 1년 동안 매달 시차가 바뀌면서 일하게 될 텐데 정말 할 수 있겠는가. 그게 최선의 선택인가.

2. 1년 동안 퍼포먼스를 유지 할 수 있을 것인가. 팀원들에게 현재 정도의 불편함에서 더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짤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3. 인터넷 속도와 안정성은 어떻게 담보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루에 2번 이상 화상 회의가 있는데 비디오를 켜고 참석 할 수 있는가. 인터넷의 Plan B 가 있는가

4. 영주권 유지가 가능한가 - 즉, 짤렸을 때는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 구직 할 수 있는가

5. 건강 보험은 어떻게 할 것인가

6. 비자는 어떻게 되는가

7. 미국 번호로 통화 가능한 번호를 유지 할 수 있는가?

8. 팀과 매니저에게 어떻게 얘기 할 것인가

9. 가족들에게 어떻게 얘기 할 것인가

10. 다니는 도시별 치안과 안전에 관한 문제


이에 대해서 생각도 하고 알아도 보고, RY 를 귀찮게 한 결과...


1. TBD. 아직도 많은 고민 중이나, RY 가 지난 몇번의 경험을 통해 1년이 충분히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중도 포기자에 대해 early termination fee 를 물리지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중간에 (매달 내야 하는 돈만 제대로 내면) 자유롭게 휴가든 여행이든 다녀올 수 있다고 해서, 그 자유로움이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되는 것 같아요.

2. 원격근무는 생각보다 저와 잘 맞고, 제가 입사 1년이 다 되어간다고 매니저를 재촉하여 업무 성과와 연봉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2주 뒤에 샌프란으로 가서 직접 한번 더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만 잘 터져주면 퍼포먼스로 짤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 사실 이 부분으로 RY 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난 이게 안되면 짤릴 수도 있고, 퍼포먼스 저하가 오면 절대로 안 되는데 어떻게 gurantee 를 해주겠냐고. 일단, 중간에 자유로이 프로그램을 관둘 수 있는 부분이 하나의 보험이 되었고, RY 가 Network Engineer 를 고용해서 인터넷 속도와 안정성만 전담으로 돌보는 인원이 하나 항상 함께 다닐거라고 했습니다. 또한 internet speed 50/20 (download/upload) 를 minimum 기준으로, 대부분의 도시에서 50/50 (download/upload) 로 쓸 수 있게 제공 할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 전용 router 와 network 를 들고 다닐 것이며 머무는 도시의 infra 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회선을 n 개 끌어와서 저 조건을 맞출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제일 불안한 것이 이 부분인데, 오래 생각하게 이야기해본 결과 RY 가 제안하는 것 이상을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4. 영주권 유지는 천천히 알아봐도 될 것 같아서 skip

5. 건강 보험은 RY 측에서 여행자 보험을 추천하고,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이 그런 보험을 드는지라 개인적으로 여행자 보험을 알아보고 들으면 될 것 같습니다

6. 비자는 아직 알아보지 않았으나 한국 여권의 위대함으로 대부분은 무비자 60일이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저는 30일만 있고 이동을 할테니. 다만, 황열 접종 등 해당 국가 방문시에 필요한 접종 들을 알아봐야 할 것 같네요.

7. 이 부분도 더 알아봐야 하는데 T-Mobile 에 있는 Plan 과 구글에서 Nexus 기종에 지원하고 있는 Project Fi 를 알아볼 예정입니다.

8. 팀과 매니저하고는 2주 뒤에 샌프란에 가서 완전히 원격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 그 이후에 슬쩍 이야기를 흘릴 예정. (완전 원격으로 굳혀진다면 사실 제가 어디에 있든 상관이 없으므로 - 하지만 의외로 큰 potential deal breaker)

9. 가족들에게는 회사까지 설득이 된 후에 이야기 하는 것으로

10. 안전과 치안은 RY 측에서도 가장 크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제가 신경쓰는 부분은 제가 미국 서부시간으로 일을 하는지라 완전 새벽에 숙소에서 co-working space 로 가야 하는 상황도 잦을텐데, 이런 경우를 대비에 물어봤는데 가능하면 걸을 거리, 멀어도 현지의 교통 수단을 이용해 쉽게 오갈 거리로 잡을거라고 합니다. 이 부분도 조금 걱정이 되는데 (컴퓨터를 들고 다녀야 하니) 이건 그래도 조금 낮은 우선 순위므로.


25번이나 메일을 주고 받은 담당자님..


주변에 수소문을 해본 결과 친구 중에 친구들이 RY 를 갔거나 가 있는 친구가 두명이나 있더라구요. 그래서 한다리 건너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큰 문제가 "풀타임으로 열심히 일하는 애들이 거의 없어서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라는 것과 "백인 남자애들이 주로 가는 와잇브로 분위기다"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 후자는 후에 확정이 되면 RY 한테 demographic 자료를 받기로 한데다 제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굳이 언급하지 않았으나, 전자는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RY 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일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여행이든 쉬든 노마딩이든 하는거라 (일이 없고 수입이 없으면 불가능) 일이 가장 중요한데, $27,000 (+a) 정도 들이고 세계 여행 하면서 간간히 파트 타입 잡이나 프리랜싱 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을 것 같아서 우려를 표했습니다. RY 측에서도 현재까지의 demographic 을 알려주었는데, 들은대로 저처럼 full-time 으로 매일 8시간 이상 꼬박 일하는 사람은 20% 안팎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일단 다른 것들이 마무리되서 가기로 결정하면 이 부분도 알아봐야 할 것 같네요. 같이 가는 75명 중에 미국 서부시간에 맞춰 풀타임으로 일하는 동료가 2-3명만 더 있어도 참 좋을 것 같네요.


일단 이정도가 현재 상황입니다. 2주 뒤에 친구 결혼식 참석차 샌프란시스코를 가는데, 아예 1주일 정도 머물면서 샌프란 오피스에서 1주일 정도 일을 할 예정입니다. 미뤄두었던 demo 도 한번하고, 팀 런치도 한번하고, 그동안 소원했던 팀원들, 다른 팀 사람들한테 눈 도장도 찍고, 마침 해당 기간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인들의 컨퍼런스도 열린다고 하여 그곳에도 참여를 하기로 했습니다.


샌프란에 가면 원격근무에 대한 쇼부(!) 그리고 연봉 협상도 마무리하고, 그 다음에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지, RY 를 할지 말지 확실히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RY 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유럽의 파리나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에 3개월 정도씩 살면서 일하고, 배워보고 싶었던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병행하는 것도 어떨까 싶기도 하구요.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니 될 때 최대한 끝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이 생각보다 커지기는 합니다.


다음에 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




* 이 포스팅은 브런치 와 미디엄에 동시에 쓰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탈린에서 첫 출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