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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ul 10. 2019

내향적인 사람덕후

실리콘밸리의 디지털노마드 - 나의 두가지 내면

2016년 6월 7일, 뉴욕 맨하탄


"사무실 공간의 잡담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온라인 공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도 대안입니다."


영어를 쓰는 일터에서의 나는, 본질은 외향인데 ("잘 알아듣지 못함" + "분위기 파악 어려움" + "큰 그림을 잘 모름") 를 뒤집어써서 내향 비스무리한 성향을 보인다. 전화 통화를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해피아워나 비공식 이벤트에 참석을 꺼리고, 어지간하면 메일이나 온라인 채팅으로 일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흔적도 남고, 시간을 가지고 내가 상황 파악해서 대처가 가능하다.)


나도 잘 지내고 싶은데, 막상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기에는 아오 왜 웃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웃는 것도 이제는 피곤하고 어느 정도 이상 친한 사람들이 (either 한국사람 or 같은 팀 사람) 챙겨주고 "캐리해주는" 상황이 아니면 잘 적응하지 못 하는 것도 받아들이게 되버림. 아, 그리고 한국 사람은 2-3번 보고 나면 얼굴이랑 이름 기억을 잘 하는 편인데, 한국인이 아니면 왜 이렇게 이름이랑 얼굴 매치가 안 되는지 모르겠음. 하아...


이런 내 모습에 적응하는데 약 3년이 걸렸고, 막상 받아들이고 나니까 다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려니, 하고 받아들여준다. 내가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더 좋아진 점 중에 하나는 저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점. 나랑은 어쩔 수 없이 채팅으로, 이메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함. ㅋㅋㅋ 그리고 비공식 이벤트는 참석 할 수도 없고. 


미국에 온 이후로는 매순간, 하루하루가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불편해하다가, 어떻게든 적응하는 것들의 반복인 것 같기도. 적응하고 받아들인다고 "자유로워" 지지는 않는 것 같음. "그러든가 말든가." 혹은 "안되면 말고." 정신이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 대인관계에서 외향성을 많이 띄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해보게 될 줄 꿈에도 몰랐음. 하지만 조금이나마 내향성을, 아-주 티끌만큼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좋은 경험 같음. 


http://newspeppermint.com/2016/06/01/introvert-open-office/


*


어딜가나 사람만나기 좋아하고, 여러도시를 돌아다니면서도 관광이나 볼거리보다는 아는 사람을 만나고, 그 나라의 사람을 구경하고, 가능하면 그 안에서 함께 경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내가 원격이 가능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 직장에서의 나는 완전한 내향성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워낙 조용히 한쪽에서 나서지 않고 조-용하게 일처리하는 엔지니어.


회사에 있어도 직접 이야기하기 보다는, 슬랙으로, 이메일로, 지라 티켓으로, 깃헙의 풀리퀘스트로 일을 처리하고 진행하다보니 원격을 하더라도 직접 오피스와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원격이 되면서 일부러 더 온라인에서 활동적이 되어 좀 더 능동적으로 나서고, 바로 답변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도 초단위로 바로 바로 답변을 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려 노력했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성향이 나에게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에, 그것도 특정 문화적인 상황에서만 한쪽이 발현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알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마음 고생도 많이 했고, 나 스스로를 제 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주기도 했고, 제 3자의 시각에서 스스로에게 여러가지 상황적인 실험도 하게 해주었다. 


*


결국 둘 다 나였고, 내가 둘 모두를 나의 일부라 받아들이지만 두 상황 모두의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확실히 한쪽일 때도 더 나답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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