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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ul 19. 2019

내 마음 같아서는

실리콘밸리의 디지털노마드 - 정리해고 II 

2016년 6월 30일, 뉴욕 맨하탄


"Selfishly [부사] 제멋대로, 이기적으로."


단어의 뜻과는 다르게 지난 1월에 있었던 전 회사 매니저와의 대화에서 내가 왜 이 분을 존경하고 그렇게 좋아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준 단어. 


지난 1월에 현재 직장에서 레이오프가 있었다. (며칠 전에 괜히 자다 일어나서 식겁한게 아닙니다 ㅎㅎㅎ) 출근길에 소식을 접하고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는데 사무실에 도착해서, 분위기는 조금 뒤숭숭하지만 내 자리가, 우리 팀이 평온히 있음을 확인하고, 엔지니어링은 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놀란 가슴을 달래면서 컴퓨터를 켰는데 이전 직장의 매니저한테 페이스북 쪽지가 와 있었다.

T: (그쪽에 안 좋은 소식이 있다던데) 넌 괜찮은거야? (hey dood r u safe?)
J: 응, 방금 들어왔는데 우리는 괜찮다고 하네. 물어봐줘서 고마워. 
T: 휴 다행이다. 하하 사실 내 마음 같아서는
 나랑 다시 같이 일 할 수 있나 하고 생각해봤지. 혹시라도 작성중인 레쥬메 있으면 알려주고! (heheh selfishly i was hoping you would come work for me again. if u have any resumes looking for work in PA let me know!)


중요한 커리어 초반에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났다


저기서 "이기적으로" 라는 겸손한, 그리고 정말 뭐라 형용 할 수 없는 내가 존경하는 인격에서 묻어나오는 표현을 써서 진짜 속으로 다시 한번 야, 진짜 멋진 사람이구나, 배우고 본받아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음. 나와 사수가 떠나던 날 같이 퇴사한 뒤에 두번의 이직을 거쳐서 이전보다 좋은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이것 저것 물어본 결과 remote 는 안된다고해서 지원은 안 했지만.

엊그제 뒤늦게 전 매니저에 대한 추천서를 링크드인에 작성해주고, 문득 이때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렇게 엔지니어로, 매니저로, 인간대 인간으로서 존경하고 배울 수 있는 매니저를 만나서 3년 가까이 함께 일 할 수 있었던 것이 내 커리어에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나 좀 뽑아가줘라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뽑아 갈 수는 없지만서도)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심정적으로 얼마나 든든한지. 

언젠가 내가 누군가를 매니징하는 위치가 되면 이 분을 포함, 내 전/현 매니저들 (생각해보면 벌써 4명이네) 이 나한테 해줬던 것들 잘 생각하고 기억해내서 잘 해봐야지. 후우. 이렇게 잘 할 자신까지는 없지만서도. :)


*


정리해고 자체는 무서운 일이지만 결국 다 사람사는 동네이고, 서로 손 뻗어주는 좋은 문화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정리해고 없는게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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