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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an 01. 2017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

2016년 결산

2017년을 맞이하며 정리하는 2016년 결산. 2016년 내 삶을 요약하면 (이젠 더 이상 부정하지 않고)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생각인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래도 되는가 등등. 다양한 의문이 들었지만 몇몇 상황으로 스스로를 떠밀어 시작한 일. 처음에 유학 나올 때 그랬듯이, 작은 나사 하나라도 초반에 잘못 되었더라면 중도에 포기했을 일. 


운이 좋게도 초반에 뭐 하나 꼬이는 일 없이, 사실은 예상보다 더 술술 잘 풀렸고, 그래서 원래는 뉴욕으로의 이사가 목표였던 것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사는 것으로 풀렸다.   


하면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할 만하고, 생각도 두려움도 많은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하나도 놓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생각보다 더 많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 


디지털 노마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와 완전 나같은 사람들이, 나같은 고민을 하면서, 나같은 과정을 거쳐서, 나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위화감이 들었다. 내가 보는 화면 속에 있는 사람들은 팀 페리스 (10년전쯤 읽었던 "4시간 (four-hour work week)" 의 저자), Buffer 의 창업자, NomadList 창업자 등 나랑은 한참 떨어진 "외국인" 들이기 때문. 미국 생활한지 5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한국인 이외의 사람을 "외국인" 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아직도 "닫힌" 세계를 가지고 있는 내가, 이러고 있다.




 2년전쯤에 우연히 보게 된 영상에서 나왔던 물음이 꾸준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었다. 그 질문은,


 "돈과 시간, 여유 등 가능한 모든 자유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였고,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소리였는데 그 당시에 내게 '쿵'하고 다가온 다음 질문은,


 "그럼 왜 그것을 지금하지 않는가?"


였다. 물론 상황이, 그리고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도 함께 생각해야하고, 오늘을 살면서 내일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지만 그때 몇번의 정제를 거쳐 남은 하고 싶었던 것은


"일본, 프랑스, 스페인에 가서 더 나이 먹고 늦어서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놀면서 배우기 어렵게 되기 전에, 어학연수를 가서 1년씩 해당 나라에서 언어를 배우고 오는 것"


이었다. 이미 나이가 무섭게 나를 쫓아와서, 그렇게 놀면서 언어만 배울 수는 없어져가지만, 노마딩을 하면서 이게 가능해졌다. 파리에서 3주 동안 짧게나마 언어교환을 했고, 저 3개국 중에 내가 장기체류를 하게 되면 꼭 언어를 배우리라, 하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한번, 1년 반 전쯤에 읽었던 "미움 받을 용기" 를 읽으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 그리고 그 변화를 시도 할 용기였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변화를 주지 않아 생기는 괴로움을 마주하게 된 것도 큰 순간이었다.


"신이여 바라옵건데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유학준비를 하는 후배들한테 가끔씩 들려주는 인용구였는데, (이미 쌓아놓은 학점은 크게 바꿀 수 없으니, 그에 신경 쓸 시간에 개선 가능한 다른 부분들 - 주로 SOP 나 추천서 혹은 논문/연구 - 에 신경쓰라는 의미로) 스스로에게 적용하게 되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구분하고 받아들이는 지혜를 갖추려고 노력중이다. 


각각 3년전과 2년전에 우연히 본 영상과 읽었던 책들이 동기가 되고, 쉽게 잊고 포기하는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서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이 안 계셨더라면 절대 이렇게 되지 못했을거고. 덕분에 인생 참 재미있게 삽니다. "요즘 인생 편도입니다 캬캬캬" 하는 제가 언제까지 그 편도의 인생을 살아갈지, 편도가 돌고 돌아 꼬리를 물면 그게 결국 round-trip 이 된다고 어렴풋이 깨달아가고 있는데, 2017년 한 해도 열심히 재밌게, 즐겁게, 후회없이 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늘 응원해주고 도와주고 어디서든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_)




 "Be the change you wish to see in the world"
 "Be the future that will become your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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