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쿡인노동자 Jan 28. 2017

일본 치과 방문기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아픈데 대형 삽질도 함. 일본 치과 방문기. 치아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어제 산 진통제 (라고 알고 산) 약이 거의 듣지를 않음. 통증이 올 때마다 참아가며 (...) 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호스트가 적어준 "치아에 통증이 있는데, 보험이 없다. 검사받는데 얼마 정도 드냐?" 라고 번역해 놓은 일본어 문장을 들고 근처 치과에 감.




사실 근처 치과 두개가 생각한 것 처럼 생기지 않아서 (...) 방황하다가 너무 배고파서 점심도 먹고 (...) 점심을 먹었으니 집에 돌아와서 양치도 다시 하고 (...) 다른 치과를 찾아감. 너무 아파서 마파두부밥을 먹는데 1/10 속도로 한시간이 걸림. (심지어 너무 오래 먹다가 가게 문 닫을 시간이 되서 1/4 정도 남기고 나옴)


아파 죽겠는 와중에도 음식사진은 ...


암튼, 치과에 찾아갔는데 간호사님과 의사분도 영어를 못하심. 그래도 엄청 친절하게 간호사분이 한단어 한단어 찾아가며 의사소통을 시작. 일단 의사분이 (내가 아프다고 주장하는) 왼쪽 윗 어금니쪽을 보시더니, x-ray 를 찍어봐야 할 것 같다고 함. 진통제 처방하고 끝날 뻔 했는데, 의사소통이 간신히 되서 x-ray 를 찍기로.  

 그사이에 페북 포스팅을 보고 연락해준 친구가 현직 치과의사인 남편분을 실시간 통화로 연결해주셔서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들음. 그걸 바탕으로 다시 손짓 발짓 (...) 하고 x-ray 를 찍음. 


진짜 친절 보스 ㅠㅠㅠ


찍은 것도 메신저로 보내드리고 양쪽으로 상담(?)을 받는데, 일단 일본 치과에서는 찍은 엑스레이 사진에 문제가 없다고 함. 그리고 항생제 처방을 주길래, 아, 깨지거나 한건 없고 염증인가 보다 (나이스!?) 하고 있는데 전화로 ibuprofen 이 들어간 진통제 처방 같이 받으라고 알려주셔서 또 간신히 의사소통. 이 무렵에는 호스트가 페북 메신저로 간간히 통역도 도와줌. 


상냥해...ㅠㅠ


이 삽질을 하고 2시간 만에 숙소에 돌아왔고, 친구 남편분이 전화로 자가 진단법 몇개를 알려주셔서 집에 와서 자가진단을 해보는데 ...


 ...
 ...
 ...


맙소사. 왼쪽 위에가 아픈 줄 알았고, 그래서 왼쪽 위를 엑스레이 찍고 깨끗하다고 얘기 들은건데, 막상 아픈 곳이 왼쪽 아래 어금니였음 (...) 아프지 않을 때는 톡톡 건드려도 다 안 아프다가 아프기 시작하면 거의 뒷목이 뻐근하고 눈물이 찔끔날 정도로 아파서 어떤 이가 아픈지 특정 할 수가 없었는데, 자가진단 몇가지 방법에 바로 어떤 이가 아픈지 특정 가능해짐.



1) 포크가 쇠젓가락으로 이 하나씩 쳐보기. 
2) 더운 물, 찬물 한번씩 물어보기. 
3) 나무젓가락을 치아로 하나씩 씹어보기. 


아오, 그래서 계속 전화로 급성치수염을 의심해주셨는데, 내 자가테스트 결과를 들으시더니 급성치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하심. 찾아보니 치아 내부에 있는 치수라는 곳에 염증이나 충치가 생겨서 썩어들어가는데, 치아질이 단단해서 그 과정에 썩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 같은 것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신경을 눌러서 아픈거라고 함. 요통, 통풍과 함께 "인간의 3대 통증의 하나라고 일컫는 치통" 이라고 나옴 (...)


http://sckma.or.kr/board/bbs/board.php?bo_table=info_disease&wr_id=235

                                 

난 워낙 이가 잘 시려서 찬물보다 미지근한 혹은 더운 물을 선호하는데, 이건 미지근한 물이나 더운 물 마시면 아프고 차가운 물을 마시면 증상이 완화되는거였음. 괜히 양치 할 때 습관처럼 미지근한 물로해서 지옥을 본거였음 (...) 


 뭔지 알고 나니까 그에 맞춰서 대응 중. 아오 일본치과는 바로 닫아서 오늘마저 일하고 토요일에 바로 찾아갈 예정. 치아에 구멍만 뚫어줘도 일단 통증은 많이 완화 될거라고 하시고, 궁극적으로 신경치료를 빨리 받아야한다고 알려주심. 지금 새벽 4시 40분인데, 아침이어 빨리 오라 ㅠ_ㅠ


 셀프 삽질로 스스로에서 셀프 24시간 급성치수염 통증 연장. 친구 남편분 안 계셨으면 아 염증이네 별일 없네 룰루랄라하면서 항생제랑 진통제만 먹었을 생각하니 암담 (...) 암튼, 급성치수염으로 강력한 의심이 되며 알고 나니 더 아픈 것 같은건 기분 탓이겠죠. (실제로 더 악화되는 중인 것 같기도 하고)


내일 일본치과에서 다시 한번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을 넘어 무난히 치아에 구멍이라도 뚫고, 가능하면 신경치료까지 받을 수 있길. 지금 급 한국 다녀오려면 꼬이는게 한두개가 아닌데 엉엉. 그리고 완전히 보험 하나도 없는데 엑스레이 + 진통제 3일치 + 항생제 3일치해서 3500엔 정도로 가격은 나쁘지 않았음. 신경치료하면 0 하나 더 붙고 이러려나 (...) 그래도 한국 다녀오는 것보다 저렴하니 그정도만 되도 좋겠는데 ㅠㅠ 




행운을 빌어주십쇼. 멍청해서 몸이 더 아픕니다 ㅠㅠ 그리고 전문가 만세 ㅠㅠ 친구야 진짜 고마워 엉엉 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2년전 오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