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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Mar 09. 2017

숙소 선정의 중요성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3월 한달은 서울에 들어와서 지내고 있는데, 새삼 숙소 위치/시설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맞춰서 숙소를 잘 구했었는데, 본진이나 다름없는 서울(!)이라고 방심했다가 숙소를 조금 잘못 잡은 느낌.




서울에서도 이 지역 저 지역에서 살아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이번에는 용산/이태원 근처에 있는 AirBnB 를 잡았다.


위치상으로도 애매했다


위치가 대략 이런 느낌인데, 국철 이외의 지하철에서 떨어져 있어서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완전 애매하다. 게다가 실제 위치가 주택가 골목이라 버스 정류장까지도 언덕을 10분 정도 걸어서 오가야 함.


근처가 정말 20년 전의 서울을 보는듯해서, 정겹기도 하고 (외국인의 관점이라면) 굉장히 local 한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는데 - 무려 양장점(!) 도 있고, 옛-날식 목욕탕 건물도 있다 - 그래서 단기였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는데 장기인 나한테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다행히 편의점은 가까이에 하나 있음.




그리고 리뷰도 좋은 곳이고 사진도 너무 이뻐서, 내가 체크해야 할 부분들을 꼼꼼히 체크 안 하고 들어왔더니 세탁기도 없고 (이건 사실 괜찮은데), 전자레인지가 없다. ㅠ_ㅠ 가끔씩 집에서 간단하게 뭐 해먹을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햇반!) 전자레인지가 없는데다가 인덕션도 1개라 (이것도 보통 체크하던 부분인데 ㅠ_ㅠ) 부엌에서 뭘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냉장고도 작은 사이즈라 장을 봐두기도 애매.


사진은 드림하우스 느낌...


사실 사진에 살짝 낚였다. 정말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그렇다고 사기(!)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묘하게 다른 느낌과 색감으로 실제로 저렇게 다 있다. 정확히는 인테리어나 소품은 아주 마음에 드는데, 방과 부엌 자체의 크기나 시설이 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달까. 이렇게 작은 화장실과 세면대를 가진 곳은 처음. 호스트 부부가 센스만점으로 정말 외진 골방(!) 같은 곳을 잘 꾸며놓은 정도. 장기로는 꽤 불편.




그나마 다행이라면 호스트 부부가 너무 친절하고 responsive 해서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주신다. 사실 화장실 변기에 휴지를 넣을 수 없다(!)는 점을 와서 깨닫고 나서 이건 deal breaker 라고 생각해서, 계약을 해지하려고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넣어도 되는 부드러운 휴지를 잔뜩 사들고 와주셔서 일단 머물기로. (사실 그때 더 저렴하고 좋은 잠원쪽의 숙소가 나왔는데, 결단을 하고 옮겼어야 했다. ㅠ_ㅠ)


호스트가 좋아도, 집 자체가 한계가 있으면 장기에서는 매우 노답이구나 싶음. 그래도 한국이라 다행이지만.




오키나와와 파리에서의 경험을 통해 장기로 머물기 위해 좋은 숙소의 위치는


1) 걸어서 3분 거리 내에 장을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마트가 있고,

2) 걸어서 10분 거리 내에 혼자 밥먹을 식당이 여러개 있고

3) 걸어서 10분 거리 내에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이 있는 곳.

4) 그리고 언덕이 아니면 좋겠다.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숙소의 시설로는


1) 업무 볼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고, 1.5Mb 이상의 속도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와이파이

2) 냉장고 사이즈 소형이 아닐 것

3) 인덕션 2개 이상. 4개면 더 좋고. 인덕션이 아니고 가스레인지면 더 좋음.

4) 전자레인지 필수

5) 화장실이 깨끗하고 신식일 것 - 신식일수록 샤워의 수압과 수온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음

6)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4층 미만으로 (파리에서 엘베 없는 6층 꽤 빡셌음)

7) 이건 미리 알 수가 없어서 부질 없지만, 조용하고 따뜻할 것

8) 집에 드럼 세탁기가 있으면 금상첨화


이정도 체크를 꼭 해야 할 것 같다. 매번 저것들을 다 체크하고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한두개 정도가 없었던 적은 있어도 이렇게 여러개가 비었던 적은 처음. (2, 3, 4, 8 이 없음 ㅠ_ㅠ)




하- 아직 3주나 더 머물러야 하는 이곳에 과연 정을 잘 붙일 수 있을 것인가. 호스트분들은 마음에 들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나 벌써 고민이 되는 숙소. 선택을 했으니, 대가를 치루는 중. 다음부터 서울에 올 때는 그냥 늘 익숙한 지역으로 가는 걸로. 새로운 시도는 어차피 늘 새로운 도시에서 하게 되니 굳이 서울에서는 하지 않는 걸로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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