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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ul 11. 2017

원하는 삶을 살 용기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한국에서 태어나서 교육받고 자랐다면 대부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년 겪지는 않았으나 미국도 한국에 비해 조금 더 개인의 자유가 존중될 뿐, 타인의 시선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유럽은 더 자유롭다고 들었으나,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진다는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한다.


그래도 삶은 이어지고, 삶을 살아가야한다. (라이프 고-즈 온.) 그리고 개개인은 모두 다르다. 최소한의 본능을 충족시키고 나면, 각자 원하는 것도 원하는 정도도 다르다. 누구는 조금 더 많이 자야하고, 누구는 조금 더 많이 먹어야하고, 누구는 조금 더 놀아야 한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행복을 느끼고, 누구는 사회정의를 구현하거나 조금 더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데에, 누구는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자아성취를 이룩하고, 누구는 사람을 죽이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관계 속에서 태어났다.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듯, 내게 주어진 부모, 가족, 환경, 문화 등과 같이 그러한 관계는 "주어진 것" 이다. 스스로가 이것들에 대해서 "주어진 것" 이라고 자각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주어졌다" 해도 될 것이고, 지금 살아가는 현재가 매 순간 과거가 되어감에 따라 그 역시 "주어진 것" 으로 변해간다.


한번 주어진 것은 바꿀 수 없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송두리채 바꿀 수도 없거니와,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시 한번, 삶은 이어지고 살아가야 하니, 품을 수 있는 것들은 품고, 잊어야 할 것은 잊고, 그것들이 쉽지 않은 것들은 다시 한번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한 방향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스스로의 삶을 통해) 실험해봐야한다. 아-주 작은 것부터.


주어진 것을 바꿀 수는 없으나,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나의 행복을 위한 길이 아니라면 바꾸려고 시도를 해봐야한다. 그 주어진 것들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고, 그 주어진 것들이 발목을 잡아 바꿀 수 없는 경우도 많으나 작은 시도부터 시작해야한다. 그대로 쭉가면 절벽인데, 내 보이는 시야 모두가 절벽이라고 아주 조금의 방향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절벽에 닿을 뿐이다. 최악의 경우가 현재라면 바꿔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뭐가 있을까. 최선의 상황도 자주 오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도 자주 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미리 생각해본 시나리오 상의 나쁜 시나리오라면 그 역시 감당하기가 조금은 수월하다. (맞는건 늘 아프지만 알고 맞는것과 모르고 맞는 것은 천지차이듯이.)


"신이여 바라옵건데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2-3년전에 내 머릿속을 울렸던 "미움 받을 용기" 라는 책에 인용된 구절이다. 내가 바꾸지 못하는 일에 대해 불평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은 그곳에 있는 동안은 끝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아무리 아쉽고 안타깝더라도 열심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차분함, 그 와중에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을 찾고, 찾는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정말 아주 미세하게 작은 시도라도 시작하는 용기를 갖고, 늘 그 두가지를 생각해보고 구분해나가는 지혜를 늘 갈구하고 있다. 


*


해당 제목의 영화를 보지는 않았으나 우리네의 삶 대부분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기" 마련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다를 수도 있고, (물론 이것을 잘 정립하여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덜 흔들릴 수 있기에 멘탈이 단단해지는 것이겠고) 어제의 내가 원하는 것과 오늘의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미래의 내가 원하는 것은 그때 그때 다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에 대해 늘 실험하고 시도해봐야 하는 것이고, 어제 내가 원하던 것이 오늘도 여전히 원하는 것이 맞는지, 반대로 여태까지 싫어했던 것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싫어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뭔가를 추가로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 해야하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놓고 바꿀 수 없어 받아들여야하는 일들과 조금이나마 변화를 줄 수 있는 일들을 놓고 용기를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원하는 삶을 살 용기라는 것도 결국 이러한 것들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 내가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을 직시하고 잘 품에 안고, 그 와중에 변화의 틈을 찾아서 아주 조금씩 하나씩 변화를 시도하는 것. 그래서 내가 가진 두려움을 아주 조금씩 벗겨내고, 무서우면 언제라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하나씩 바꿔나가 보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조금은 변화된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스스로 만들어 낸 (굉장히 중요함) 삶의 변화에서 조금의 만족이라도 솟아날 것이다.


주어진 것은 바꿀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받아들인 뒤로 내 삶은 많이 나아졌다. 그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스스로 마이웨이. 그러다보니 계획은 커녕 생각지도 못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뚜렷하게 목표가 있고 가고 싶은 길이 없어서 행복한 경우다. 이걸 노리고 성취하려고 발버둥쳤으면 그 과정이 과연 행복했을까.)


모두가 달라서 조심스럽지만, 스스로만 알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돌아보고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2014년을 거친 우리 세대에게, 그리고 나에게 늘 하는 말.


가만히 있지 말라, 그리고 잘하지 못한 게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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