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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Aug 05. 2017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가 주식을 받는 방식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한지 5년만에 처음으로 자사의 주가가 뛰는 것을 목격하고 기쁜 마음에 저희 슬픈 역사 (...) 를 정리해봅니다. 제 경제적인 흑역사 (...)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가 주식을 받는 방식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대부분 입사시에 주식을 받고 들어갑니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정량의 주식을 향후 4년동안 나눠서 받기로 계약을 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매해 또 다시 4년동안 나눠서 받을 양이 더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첫해에 1000 RSU in 4-year vesting, 둘째해에 2000 RSU in 4-year vesting, 셋째해에 4000 RSU in 4-year vesting 이런 식으로 계약을 했다고 하면...


입사 후 1년 뒤, 250 RSU 를 받습니다. RSU 는 Restricted Stock Unit 인데, 상장이 되어있는 회사 기준으로 해당 시점이 되면 내것이 되는 주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2000 RSU in 4-year vesting 을 더 받았다고 합시다. 


입사 후 2년 뒤, 첫해에 계약한 RSU 의 2년차 vesting 인 250 RSU 에 두번째해에 계약한 RSU 의 1년차 vesting 인 500 RSU 를 더해 통 750 RSU 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4000 RSU in 4-year vesting 을 더 받았다고 합시다.


입사 후 3년 뒤, 첫해 계약분 RSU 3년차 vetsing 250 RSU, 두번째해 계약분 RSU 2년차 vesting 500 RSU, 세번째해 계약분 RSU 1년차 vesting 1000 RSU 까지 총 1750 RSU 가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스노우볼링이 되어 4년차쯤 되면 그동안 쌓아둔 주식들이 굴러가면서 나옵니다. 매해 계약때마다 더 주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retention bonus 의 개념으로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 주는 당근입니다. 이렇게 받는 주식이 심지어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꽤 짭짤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은퇴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연봉이 아니라 이렇게 받는 주식이 쌓이고 쌓이면서 그리고 해당 주식이 2배 4배 10배씩 오르면서 큰 돈을 벌게 되는 구조입니다. 


입사때 $5 였던 주식이 1년 뒤에 $10 이 됐고, 또 다시 1년 뒤에 $15, 그 1년 뒤에 다시 $20 되었다고 가정하면 이 경우 입사시에는 $5 * 1000 ($5,000 in 4 years), 1년 뒤에는 $10 * 2000 ($20,000 in 4 years), 2년 뒤에는 $15 * 4000 ($60,000 in 4 years) 씩 계약을 한 셈인데 계속 주식이 올랐다는 가정이니 안 팔고 가지고 있었으면 기대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수익이 되었을 겁니다. 저기에 0이 하나 정도 더 붙으면 잘 나가는 엔지니어가 받는 현실적인 액수 정도 되지 싶습니다. (PM 이나 VP 급은 거기에 또 0이 하나 더...)


이외에도 ESPP (Employee Stock Purchase Plan) 이라는 자사주 구매 프로그램을 복지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것까지 착실히 했으면 저축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외쿡인노동자, 그의 저축은 왜 망했는가 (...) 


제가 우스갯소리로 저를 부르는 말이 the crasher 인데, 이유인즉슨 입사하는 회사마다 (그래봐야 두개지만) 족족 주가를 crash 해왔기 때문입니다 (...) 제가 잘못해봐야 얼마나 잘못하고, 또 잘해봐야 얼마나 잘했겠냐만 참 슬픈일이죠 ㅠ_ㅠ


그래서 제가 이직 할 때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아 난 진짜 니가 잘 되길 바라고, 잘될거라 믿어. 근데 ... 우리 회사는 오지맠ㅋㅋㅋ" 라는 소리를 합니다. ㅋㅋㅋㅋ 두번의 입사 후 Crasher 히스토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2011년 5월에 대학원에 입학해서 2011년 12월에 A사 입사 오퍼를 받았는데 오퍼 시점의 A사 주가는 갓 IPO 한 주목받는 회사라 꽤 높았음


A사 주가 on Dec 16, 2011 - $9.50


2 대학원 졸업은 2012년 5월이었어서, 졸업 후 한국에 다녀와서 8월 말에 실제로 입사했는데, 입사하니 주가가 이미...


A사 주가 on Aug 17, 2012 - $3.00


하하.... 아아니 으사양반 전 오퍼만 받고 근무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70% 넘게 주가가 빠지다니요...


그 이후로 A사를 퇴사한 2015년 6월 1일까지, 2014년 3월 7일에 $5.58 을 한번 찍은 것을 제외하고는 $2.5 에서 $3.5 만 주구장창 오르락 내리락 했고, 여전히 그러고계심. (...)


3) 자, 그리고 2015년 7월 중순 현직장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현직장 주가 on Jul 24, 2015 - $62.17


...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는 주식을 받은거라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저게 거의 최고가 (...) 그 이후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서 $7.5 까지 (!!!) 떨어졌다가 오늘 20% 회복해서 $10. 85%가 빠진 셈 (...)


현직장 주가 today


제 저축량은 이에 비례하구요, 저 85% 추락이 오늘 20% 오른거 포함한거구요, 제, 뭐 그렇습니닼ㅋㅋㅋㅋㅋㅋ 항상 어이없어 하면서 살았는데 오랜만에 진짜로 자료 찾아서 정리해보니까 저 crasher 맞네요. 모두들 조심하십쇼 수틀리면 지금 계신 회사로 제가 이직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결론은 1년전에 $10 에서 더 떨어지겠어? 하면서 ESPP 사놓고 안 팔고 있다가 주가가 사경을 헤메서 못 팔던 주식을 오늘 팔았습니다. 주식을 매수한지 1년 이내에 팔면 이익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게 되는데 (non-qualifying) 주식을 매수한지 1년 이후에 매도하면 보유로 간주하여 이익의 15% 정도만 세금으로 내게 됩니다 (qualifying). 


보통 ESPP 로 산 주식은 바로 매도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쩌다보니 차익은 비슷한데 세금을 덜 내게 되기는 했네요. 여튼, 이상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받는 주식과 제 흑역사였습니다 (...)


막짤은 오늘 20% 오른 기념 인증샷. 이제 한 500% 정도만 더 오르면 제가 입사했던 때 수준으로 돌아오네요 오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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