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요즘은 노마딩 이야기보다 다른 포스팅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아마도 제가 뉴욕에 들어와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은 익숙한 미국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
'왜?'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도록, 생각하지 않도록 교육 받아서 내가 가지게 된 장단점은 매우 명확하다.
장점으로는 일이 주어지면 빠른 시간내로 배워서 최대한 높은 퀄리티로 일을 처리한다. 일이 주어지고, 정해진 방법에 따라서 따라가는 일에서는 스트레스도 덜 받고 시간도 덜 걸린다. fast-follow 전략을 쓰는 회사나 일에 최적화된 한국형.
단점으로는 문맥을 덜 따지기에 배움의 깊이가 덜하고 응용에 취약하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응용된 공식만을 외워서 적용하다보니, 응용된 공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좋으나 조금만 문제가 꼬이더라도 원리를 생각해서 대응하지 못한다. 문제를 찾아내고 발견해서,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풀어내고 해결해나가는데 취약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전형적으로 원하는 인재는 뒷쪽이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뒷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몸에 익어서 앞쪽의 인재만큼 빨리, 높은 퀄리티로 일을 하게 된다. 양쪽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는 셈.
이 두가지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교육 받아온 내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한국식 교육의 장단점이다. 왜? 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시키는 일을 하는 수준까지는 꾸역꾸역 어떻게든 따라왔는데, 그 이후에 스스로 일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답을 찾는 '몸에 익지 않아 귀찮다고 느끼는'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한다.
미국 교육을 받은 반대의 친구들과 - 왜? 가 해결이 안 되면 일 진행이 더딘 - 일을 하다보면 그들의 장단점과 나의 장단점이 가끔씩 충돌한다. 미국에서 일을 하다보니 다행히 미국 문화이기 때문에 내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하기는 하는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아 그냥 쫌 하라면 하라고. -_-"
내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냥 하면 될 일인데 상대방의 "왜?" 라는 질문에 내가 답을 못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왜?" 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생각이다.
스스로 1인분의 일을 하는 현재의 직급을 넘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그래도 아직은 여기저기 저 "왜?" 를 물어볼 수 있는 단계에서 저 부분을 습득해야 할텐데 지난 5년을 제외한 평생을 전자로 살아온 내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한계와 계속되는 귀차니즘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답은 알겠는데 실천이 안 되는.
그렇다고 한국의 교육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최선도 아니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지만 적어도 나는 그 장점의 수혜를 받아서 여기까지 왔다. 적어도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넘어야 할 시험 점수가 있으면 단기간에 넘을 수 있는 힘을 주었으니 - which doesn't work anymore.
"왜?" 라는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렵다. 그리고 이 "왜?" 가 업무 뿐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동력,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기에 "왜?" 에 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도 하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왜 이것을 업으로 삼았나,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왜왜왜왜. 왜 때문인거죠.... 이걸 스스로 묻고 찾고 답하는게 몸에 익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하려나. "왜" 에 대한 뻘글.
그리고 미국에서 알게 된 이곳을 아-주 가끔 가보는데 싸이트 이름부터가 딱이다. Wait, but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