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보고 싶었던 곳과 해보고 싶었던 것 사이에서 좁힐 수 없는 간극
벤프로 향하는 셔틀버스 안에 앉아 있었다.
여행을 가는 길이지만, 마음 한편엔 걱정이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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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쉬러 나와 평소 앉던 곳에 무거운 엉덩이를 올려놓았다. 내 마음과는 달리 하늘은 언제나 맑았고, 메일함은 텅텅 비어있었다. 몸과 정신이 같이 피폐해져 가고 있을 무렵,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 연락이 온 게 없는지 확인을 했다.
메일 하나가 와 있었다.
면접을 보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가능하냐는 연락.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을 드디어 받게 되니,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걷기만 했던 여정의 종착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 끝이 내가 원하는 곳이든 아니든 이제 그 종착점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러 가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오래 기다린 만큼 더 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당장 내일 가능하다는 연락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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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록키산맥의 최대관광지인 벤프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여행이라 행복한 건지, 날씨가 좋아 행복한 건지, 그냥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길은 없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체크인을 하기 위해 호텔 로비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오른쪽 바지 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전화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넣어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지역번호로 옐로우나이프가 떠 있었다.* 면접 전화라는 확신이 들었다. 허겁지겁 전화를 받으며, 로비에서 사람이 가장 없는 외진 곳을 찾아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Hello?"
그렇게 면접을 보게 되었다. 처음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력서랑 커버레터를 보니깐, 가이드로 지원했는데 가이드 일을 하고 싶은 거지?
"응! 맞아."
"음,, 그런데, 우리가 가이드일만 있는 게 아니야. 오피스직원, 겨울옷 대여담당 직원, 운전기사, 등 다양한 일이 존재하는데 나는 네가 남자이기도 하고, 면허도 있어서 겨울 옷 대여담당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어"
"아,, 그래? 그런데, 나는 커버레터에서도 말했지만, 가이드일을 하고 싶어.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주변에서 가이드를 해보라는 권유도 정말 많이 받았거든."
"그렇구나,, 그런데 우리가 남자가 상대적으로 항상 적어. 근데 겨울옷이 무겁기 때문에 남자들이 맡아서 해줘야 하거든. 거기에 운전도 해줘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너밖에 없긴 해."
"시급은 어떻게 돼?"
"시급은 가이드랑 겨울옷 다 똑같아"
반골기질이 있는 나의 본성이 다시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지원하는 대부분이 가이드라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하는 것일 텐데, 남자가 적기에 나는 남자라는 이유로 신체적인 역할로 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에 하나의 스펙이 되는 면허증이 어떠한 혜택도 없이 똑같은 시급을 받으며 쓰이는 것도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충분히 길다면 긴 3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긴 하거든. 앞으로 계속 지원을 받고 최대한 너의 대체제를 찾아보도록 할게."
"응. 그래! 겨울옷 대여도 정 없으면 내가 해도 상관없기는 한데, 나는 정말 가이드 잘할 자신 있어. 내가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클 뿐이야"
"그래, 그러면, 나도 면접을 더 봐야 되니깐, 늦어도 내일모레까지는 연락을 줄게."
"응.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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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틀 후, 합격메일을 받았다.
*캐나다 핸드폰 번호 앞 세자리는 보통 그 지역의 코드를 가르쳐주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 가령, 벤쿠버는 604/778/236/672이 많이 쓰이고, 토론토는 416/64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