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행선지는 어디로 가야 하죠?

by 제크

밴쿠버를 떠나 록키산맥에 둥지를 튼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은 한참 여름의 달 7월. 내가 사는 지역에는 두 부류가 존재했다. 여름의 계절을 즐기는 관광객들 그 관광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며 돈을 벌고 있는 나와 동료들. 날씨가 좋을 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관광객들과는 달리, 날씨가 좋을수록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나였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점이 아마 관광객들과 나의 유일한 공통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직인 우리는 바쁜 와중에도 겨울 일자리를 알아보는데 분주해 보였다.


"다음 시즌에는 어디로 갈 거야?"


요즘 들어 가장 흔한 스몰토크의 주제가 된 질문이었다. 캐나다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나는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이렇게 되물었다.


"겨울 일자리를 왜 벌써부터 물어봐?"


그러자 애들이 내게 충고를 해줬다.


"늦어도 8월말까지는 일을 구해야돼. 아니면 점점 일 구하기가 힘들어져."

"겨울일자리를 지금부터 알아봐야한다고?"

"응! 지금부터 알아봐 얼른"


같이 일하는 대부분이 록키산맥에 남아있거나 스키가 유명한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나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캐나다 겨울은 어떤 걸로 유명해?"


캐나다로 오기 전 캐나다의 겨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로라'였다. 그렇게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캐나다가 '스키'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면 속에서의 갈등이 시작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리조트에 취직을 해 마음껏 스키를 누릴 것인지, 세계에서 유명한 오로라 지역에서 매일 오로라를 보며 겨울나기를 할지, 두 개 모두 내게 주는 감동의 크기가 비슷하니 도저히 하나를 선택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며칠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갈대 마냥 시시각각 내가 가고 싶은 지역이 변해갔다. 두 군데 모두 지원을 해서 붙은 곳으로 갈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로 더 원하는 곳을 딱 정해서 한 우물만 파는 게 내 성격과 맞는 듯했다. 그렇게 수일이 더 지나도 답이 나오지 않자, 다르게 접근을 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스키와 오로라 이 두 개중 어느 것이 나에게 더 희소성이 있지?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어느 것을 더 접하기 힘들까?"


이렇게 접근을 하니 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오로라' 스키보다 더 지역적 제약이 많은 것이 오로라이기에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오로라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지역을 알아보니, 세 개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1. 매니토바의 처칠

2. 유콘의 화이트호스

3. 노스웨스트 테러토리의 옐로우나이프


이 세 도시에서 일자리를 닥치는 대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세 도시 중에 한국사람들이 오로라를 보러 제일 많이 가는 곳이 옐로우나이프라는 도시였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이 하나의 스펙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어를 한다는 게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고? 해외를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이 이점을 살리고자 지역범주를 옐로우나이프로 좁히고, 더 나아가 '투어가이드'라는 직업을 해보자 마음을 먹기도 했다.


9월의 시작 속에서도 일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라도 시즌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직 뽑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주민들로만으로도 충분한 건지 알 길은 없었다. 모든 해답이 있을 것만 같았던 구글은 언제나 그렇듯 내가 원하는 대답만 교묘하게 피해갔다. 무작정 계속 기다리기에는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시기였다. 이번엔 구글이 아닌 구글지도를 켰다. 지도로 투어회사를 알아보고 웹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이메일을 보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나, 둘, 셋, 다섯 개를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마치 모래알 속에서 진주알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진주알이 실제로 있기는 한 걸까? 진주알이 아닌 그냥 삽질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과 함께 어느새 내 정보망에서 보낼 수 있는 투어회사에는 모두 다 이메일을 보낸 것 같았다. 일주일 후에 답장이 없는 곳은 다시 한번 더 보내기를 반복했다. 그랬다. 모든 곳에 다시 메일을 보내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셈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메일을 보냈을 무렵,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언제 가능하냐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