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 것
오늘 밥을 먹는데 동료분께서 당근 마켓에 올린 피아노가 안 팔린다며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아노!!
피아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피아노를 엄청 치고 싶어 졌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는 피아노를 직업으로 하고 있었고, 내가 커가면서 가장 많이 들은 건 단연코 엄마의 피아노 연주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싫어한 것도 엄마의 피아노 연주였다.
평일은 괜찮지만 주말 낮~저녁 시간대에 조용히 공부한다는 건 우리 집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학교.
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피아노가 좋아졌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던 것..!
엄마가 정식으로(?) 가르쳐줬던 게 까마득하여 손이 다 굳은 상태였다.
대학교 3학년 때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피아노 연주 강의를 들었다. Pass/Fail이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연주할 곡을 교수님에게 레슨 받는 식이었다.
두 번째 수업 날,
한 명씩 나와서 자신이 칠 수 있는 어떤 연주든 쳐보라고 하셨다.
대망의 나의 차례..
아이온 OST인 <보이지 않는 슬픔>을 연주하다 갑자기 막혀서 굉장히 당황했었다.
그때 당황해서 아 다른 곡 칠게요!! 하고
인터스텔라 OST인 <First Step>을 연주했다.
그러더니 교수님이 이 곡이 나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며 이 곡을 연습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자기가 악보를 줄 테니 그걸로 연습하라고까지 해주셨다. (인기가 많은 곡이어서 이 수업에서 많이들 쳤나 보다)
이 피아노 강의의 묘미는 기말고사를 대강당에서 연주회를 여는 것이다.. 수업을 들은 모든 사람이 연주하는 건 아니고, 몇몇만 연주하는 식.
내가 남들 앞에서, 그것도 대강당 같은 곳에서 연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지만, 교수님이 꼭!!!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정말 많은 연습 끝에.. 대강당에서 연주를 하게 됐다.
내 차례가 됐을 때의 그 긴장감이란… 어떻게 연주를 마친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내가 언제!! 대강당 같은 곳에서 연주를 해보겠는가,,
대강당에서 연주하면 무조건 Pass였기에 Pass를 받고 기분 좋게 마무리했었다.
그리고 이 영상은 내가 연주했던 First Step이다.
(대강당 연주 영상은 없음.. 찍어놓을걸 ㅠ)
그 뒤로 틈틈이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유튜브에 올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예 피아노가 없어서 연습조차 못하는 상황이라 정말 아쉽다.
좋은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싶은데, 피아노 학원도 고민이 된다.
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의 레슨은 십분 남짓한 시간이어서 이걸 제외하고는.. 엄마 외에 다른 사람에게 꼼꼼한(?)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번 기회에 받아보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
생각난김에 바로 학원 찾아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