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 변신
한 사람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엄마에게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거냐‘를 물어봤다는 트윗이 한창 핫했었다.
일어났더니 바퀴벌레가 되어있었다..부터 뭔가 거부감이 생기지만, <변신>이 정말 인상적이었다는 말이 많길래 용기를 내어(?) 읽어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쓸데없이 묘사가 정확해서 읽는데 너무 역겨웠지만 마지막 문단을 읽을때는 인간이란 뭘까? / 나였다면..등등 많은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공포에 휩싸인 기분도 들었다.
<변신>은 추측할 수 있다시피, 한 남자가 자고 일어났더니 바퀴벌레로 변해버렸고 그와 그의 가족들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건조하게 서술한 책이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줄거리는 정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묘사들. 특히 그 ‘갑충’의 현실적인 묘사와 (더듬이, 점액질, 날개, 수많은 다리….)
그레고르와 가족들의 감정변화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변신>을 읽었다면 필히 ‘나였다면..’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데, 이 ‘나’가 바퀴벌레로 변한 상태 / 가족인 상태 이렇게 두갈래로 나눠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바퀴벌레로 변했을 때의 엄마의 반응이 궁금해서 나도 물어봤다.
물어보면서도 왠지 엄마라면 그냥 나를 사랑한다고 할 것 같긴 했는데,
사실 뭐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런 반응이겠지만 바로 전화가 와서 무슨일 있냐고 물어보는것이 너무 귀엽고 웃겼다.
전화 받자마자 무슨일 있냐고 무조건 키운다고zzzzz그러길래
내가 사람만큼 큰 바퀴벌레여도..?! 했더니
당연하지 너는 내 딸이고..무조건 알아볼거고 엄마가 되보면 안다 등등 대충 엄마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해주는 걸 들으며..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가족 중 누군가가 사람만한 바퀴벌레로 변했다…고 하면……..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줄 자신이 없다. 단어만 봐도 역겨운데 사람만한..그것……
그런데도 엄마는 너무 확실하게 바퀴벌레로 변한 나를 키운다고 당당하게 말해줘서 엄마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갑자기 왜 이걸 물어보냐면..하면서 <변신>의 줄거리와 결말을 이야기해주니 너무 놀라워했다. (그레고르의 엄마의 행동을 아예 이해못하는게 웃겼음..)
그리고 또 너는 내 딸이고..무조건 사랑하고..반복…
훈훈한 상황이었기에 거기다대고 ‘엄마 나는 못그럴것 같아..’ 라는 말은 하지않았다.
개인적으로 프란츠 카프카가 정말 영리한게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생물중에 하필이면 바퀴벌레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만약 딱정벌레였다면? 잠자리였다면? 파리였다면? 개미였다면..???
잠깐…쓰고보니 이것들이 다 사람만하다고 했을 때 살짝 힘들긴한데, 그래도 어느 생물이어도 바퀴벌레보다는 낫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안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바퀴벌레가 주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있다. 내 본능이 거부하는 느낌…내 깊은 속에서부터 공포가 올라와서 뇌에서 이건 위험하다! 라고 판단하는 느낌이다.
정확한 말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대충
바퀴벌레가 미래에 우리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아이큐와 생존본능)이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는 트윗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게 너무 공감이 가고 내가 느꼈던 알 수 없는 공포의 원인이 밝혀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오래 살아남은 생물이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아이큐나 생존본능, 번식력 등 모든것이 인간보다 우월하나 체급(…)차이 때문에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바퀴벌레가 거대해지고…사람을…먹고..
잠깐!!! 너무 역겹고 무서워서 그만 쓰겠다.
아무튼 카프카도 이러한 공포감을 느껴서 바퀴벌레로 선택한것이 아닐까…
강아지나 고양이였어봐…평생 내 목숨을 바쳐서 키울듯
마지막 문단을 보면서 찝찝하면서도 괜찮으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만감이 교차했다.
말도 안되지만 내일 일어났을 때 바퀴벌레로 변해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리고 꿈인데 꿈인줄 모르고 와 망했다 진짜…하는 꿈있지 않은가? 일어나서 정말 꿈이어서 다행이다 하는 꿈..!! 그런 꿈에 나올 것 같아서 무섭기도하다.
읽은 다음날인 오늘..
바퀴벌레 꿈은 안꿔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멍때리면서 <변신>생각을 많이했는데, 그 생각이 모두 ‘프란츠 카프카는 정말 대단하군..’으로 끝났던 것 같다.
그리 길지 않은 글로 어떻게 그런 역겨움과 고난과 힘듬을 무미건조하게 잘 표현할 수 있지..그리고 마지막은 그렇게 끝냄으로써 정말 완벽한 결말이 된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프란츠 카프카만의 문체가 <변신>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 길지 않은 단편 소설이니 한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정말 읽기 힘든 부분(그레고르가 거실에 나오는 부분zzzz) 제외하고는 잘 읽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