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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나 Aug 18. 2020

소소한 일상, 하지만 낭만


<소소한 일상, 하지만 낭만>

퇴근 후엔 맥주 몇 캔을 사들고 가까운 산책로 벤치에 앉아 당신의 못생기고 눈치 없는 직장 동료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내가 더 찰진 욕을 해주는 것.


살을 빼야 한다며 참고 있는 당신의 입에 칼로리 터지는 피자를 자연스레 한 입 넣어주거나 코앞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것.


이미 살 쩠으면서 나 때문에 살찐다는 당신의 입에,
씨잌 약 올리듯 웃으며 뱃살을 꼬집고 뽀뽀도 해주는 것.


집으로 향하는 길에 밤공기는 제법 쌀쌀하다며 내 어깨를 몇 번이고 감싸안는 것.


실눈을 뜨고 자는 척하다가 몰래 들어오는 술에 취한 당신을 놀래키곤 고소해 고소해 배를 움켜지고 뒤로 넘어가게 웃어보는 것.


소파에서 잠든 당신의 코골이 심한 낮잠에 콧구멍을 찔러보다 옆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부시럭거리다 결국 잠이 드는 것


세면대 앞을 서로 선점하겠다며 티격태격 가위바위보에 져도 변기에 앉아 양치를 하며 기어이 한 공간을 고집하는 것.


겨울엔 니트 안에 입을 셔츠를 칼라와 소매만 다려주며 온갖 생색을 내보는 것.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날엔 파전하나 부쳐 막걸리 한잔 내어주고 그래도 내가 최고라며 잘난 체를 해보는 것.


원피스의 지퍼를 올려주며 이런 불편한 옷은 왜 입는지 모르겠다는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런 옷들만 입고 매번 올려달라고 떼쓰는 것.


손이 닿지 않는 어깨에 파스를 예쁘게 붙이지 않았다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계속 시비를 걸어보는 것.


자려고 누워 덥다고 하면서도 발이든 엉덩이는 어디 하나라도 닿아놓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더라도 아침까지 어딘가 한 곳은 닿아있는 것.


먼저 일어나기라도 하면 자는 얼굴 찔러보고 눈꺼풀 올려보며 말로만 더 자라고 해보는 것.


힘들고 지친 일상에도 하루의 끝에 돌아갈 곳은 당연히 너일 수 밖에 없는 것.

그런 소소한 일상을 낭만으로 느껴주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

그러고,

그런 내가 당신의 유일한 낭만이었으면 한다.



<소소한 욕심, 하지만 이젠 꾸지 않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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