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보았던 <머털도사>나 <은비까비>, <배추도사 무도사>같은 작품들은 지금 봐도 아동 교육용으로 쓰고 싶을 만큼의 매혹적인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아동용 만화로 제작되고 있는 <카봇>이나 <또봇>과 같은 만화보다는 이런 작품들을 리메이크해서 나오는 것이 어떨까 한다. 아동용 만화뿐 아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웹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역사극을 제외하고 보자면 판타지와 현대극을 적절히 섞은 주호민의 <신과 함께>, 연암 박지원의 호질에서 영감을 얻은듯한 이상규의 <호랑이 형님>은 굉장히 잘 만든 명작이다. 실제로 <호랑이 형님>은 2015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을 수상했다. <신과 함께>는 익히 알다시피 천만 관중을 동원하다시피 했다.
이 두 작품도 빼어난 수작이지만, 개인적으로 전통문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최고의 작품은 젤리빈의 <묘진전>을 꼽고 싶다.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남자 묘진을 중심으로 삶을 꿈꾸는 여자 막만, 절대적 힘을 갈망하는 여자, 진홍, 자신을 찾아 헤매는 남자 산이. 이 네 명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기묘하고 잔혹하지만 그 무엇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춘향전, 흥부전과 같이 묘진이란 인물의 서사를 '전(傳)' 이라는 형태를 차용했다. 따라서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나오는 대사들은 판소리의 구성진 노랫가락처럼 찰진 느낌이 든다. 그뿐 아니다. 수묵화 느낌의 작화는 작가가 얼마나 이 작품에 공을 들여 그렸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한 폭의 잘 만든 담채화 느낌의 작화들뿐만 아니라 화면 구성력도 뛰어나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막만과 묘진이 여정을 떠나며 잠시간 어느 초가집에서 휴식을 할 때다. 그때 막만의 얼굴과 장면상의 명암이 대비된다. 이는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으로,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죽 흘러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모두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가운데, 묘진은 하늘에서 쫓겨난다는 동양 고전 소설의 흔한 클리세인 적강 모티브(신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거나 사람을 다시 태어난다지는 혹 그 죄로 인해 한직으로 좌천되는 것을 의미함)를 차용하고 있으나, 진부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극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저주로 서로 묶인 묘진과 막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애달픈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기묘한 비장미까지 느껴진다. 앞선 얘기에 묶어서 <묘진전>과 같은 작품은 세계 시장 어디다 내놓아도 꿇리지 않는 이야기이자 세계관을 구축했다. 중세 역사를 바탕으로 웨스트로드의 일곱 가문의 이야기인 <왕좌의게임>만큼 <묘진전>의 프리퀼 및 후속편 등을 제작한다면 그 정도의 확장성과 반향성을 가질만한 충분한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물론 한국에서 말고 헐리우드에서 제작한다면 말이다. (한국에서 영화화 드라마화가 된다면, 내용이나 작품이 그저 그런 러브 스토리로 만들어져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인적으로 양영순의 <덴마>와 더불어 순수하게 '이야기'와 '세계관' 측면에서 본다면 웹툰계의 양대산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덴마>는 양영순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인 결말이 산으로 가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