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라 리에디션(6) : 데이토나링
1996년에 발표된 1964 Heuer Carrera Re-edition은 크게 성공하여 태그호이어를 싸구려 쿼츠시계에서 전통 있는 고급시계 브랜드로 인식을 변화시키고 회사를 LVMH그룹에 매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전통의 계승과 부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30여 년 사이에 변한 시장 분위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서브다이얼을 음영으로만 구분하는 건 단조로워 보였고, 36mm는 너무 작았으며, 쿼츠가 휩쓸고 간 시장에서는 수동 무브먼트도 올드한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비례와 셔츠 소매에 걸리지 않는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라는 점에서 이 사이즈를 좋아하지만 시계 시장은 좀 더 자극적인 형태와 큰 사이즈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태그호이어는 먼저 2000년에 데이토나링을 가진 CS3112(살몬)와 CS3113(블랙)을 발표합니다.
데이토나링은 1988년 롤렉스 데이토나에서 처음 등장한 디자인 요소입니다.
서브다이얼을 원이 아닌 링 형태로 칠하는 게 혁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새로울 게 없는 시계디자인에서 이 정도의 변화는 크게 눈에 띄었고, 당시의 기계식 시계가 부활하는 시점과 맞물리며 데이토나의 특징으로 각인되었습니다.
근데 이 요소가 까레라에는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아마 두 시계의 다이얼 디자인이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963년에 까레라와 데이토나가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를 표방하며 등장했을 때 둘 다 다이얼은 Singer에서, 다이얼의 비례를 결정하는 무브먼트는 Valjoux에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2002년, 태그호이어는 기존의 Carrera Re-edition의 사이즈를 38mm로 키우고 오토매틱무브먼트를 장착한 CV211X를 발표했고 이 시계는 2008년까지 생산됩니다.
이때의 대표모델은 직전의 CS3113(블랙)을 계승하여 블랙다이얼에 데이토나링을 장착한 CV2113(블랙)입니다...(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