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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it Jan 01. 2024

까레라, 역사는 돈이 된다 VII

까레라 리에디션(7) : 마지막 클래식 까레라




1세대 까레라(1963~1969년)인 ref.2447와 8세대 까레라(2002~2008년)인 CV2113 사이에는 6개의 까레라가 있습니다.


이들은 기술과 시장의 변화 속에서 과연 까레라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처럼 보입니다.


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2,3,4세대, 오른쪽 아래부터 오른쪽으로 5,6,7세대


2세대(1969~1979)는 1969년에 세계 최초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Calibre11을 장착한 모델입니다. 


호이어는 기존의 케이스가 오토매틱의 두께를 감당할 수 없자 케이스를 39mm로 키우고 럭투럭 비율은 짧게 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2세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페라리 F1드라이버에게 제공되었던 골드케이스의 Carrera 1158 CHN입니다. 


당시 호이어는 페라리의 스폰서로서 페라리 팀에 타이밍 머신을 제공하고 드라이버와 머신에 호이어 로고를 붙였는데, 전설적인 드라이버인 니키라우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Rush’에 당시의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쿼츠파동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까레라가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3세대(1974~1978)는 당시 유행이던 드럼통(Barrel) 디자인으로 만들어졌고 4세대(1978~1981)는 크로노그래프를 버리고 쿼츠로 제작됐는데, 이름만 까레라이지 사실 기존의 까레라와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고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도 없는 모델들이었습니다. 



기계식 시계가 최악의 상황이 되자 Jack Heuer는 르마니아에게 회사를 매각했고, 르마니아는 Lemania Carrera라고 불리는 5세대(1984~1986)를 만들었습니다. 


르마니아는 무브먼트 전문 브랜드답게 까레라를 위한 전용 무브먼트를 만들었고 다이얼의 배열도 6-9-12로 바꾸었는데 이는 9세대 이후의 현대적인 까레라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에는 Heuer가 Tag에 매각되고 태그호이어는 저렴한 쿼츠시계에 집중하면서 까레라의 명맥은 10여 년간 끊어집니다.


그러다 회사를 비싼 값으로 매각하고자 했던 크리스티앙에 의해 6세대(1996~2002)인 1964 Re-edition을 통해 오리지널 디자인이 부활했고, 1999년에 LVMH가 태그호이어를 인수하면서 브랜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그때의 이야기는 앞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태그호이어를 비싼 값에 매입한 LVMH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까레라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7세대(2000~2002)를 보면 까레라를 복잡하고 비싼 크로노그래프로만 한정할 게 아니라 직선형 러그만 장착하고 있다면 좀 더 범위를 확장해도 괜찮겠다는 전략이 읽힙니다. 


ETA 범용 무브먼트를 도입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이 와중에 출시한 8세대(2002~2008) 까레라는 태그호이어 로고를 단 첫 번째 까레라이자 1세대, 2세대 까레라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당시 만들어진 포스터에서도 표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8세대는 다이얼과 케이스 디자인을 1세대 스타일로 유지하면서 크기와 무브먼트는 2세대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1969년에 못한 숙제를 하는 느낌입니다.


8세대의 무브먼트는 Calibre17로 불리는데 ETA 2894-2에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은 겁니다.


이는 호이어가 세계 최초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Calibre11을 만들 때 적용한 방식과 동일합니다.



모듈형은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전용으로 설계한 일체형보다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좀 더 두껍지만 비용절감과 유지관리에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크로노그래프 모듈은 그냥 두고 베이스가 되는 ETA 2894-2만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Calibre17이라는 이름은 2005년부터 사용했고, 그래서 2002~2004년 사이에 생산된 무브먼트의 로터에는 이 문구가 빠져있었습니다.



9세대부터 까레라는 전통적인 3-6-9 배열을 깨고 훨씬 스포티한 분위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쓰리핸즈에서 타키미터 베젤이 달린 뜨루비옹까지 디자인과 개념이 확장되면서 까레라에 대한 개념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8세대는 마지막 클래식 Carrera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1세대 까레라에 1969년 당시 최초로 개발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를 장착했다면 이런 모습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시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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