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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it Jan 07. 2024

에어맨은 쓰러지지 않아 I

에어맨(1) : 에어맨의 시작




이번에 영입한 Glycine Airman No.1 36mm GMT(GL0158)입니다.


No.1은 에어맨 초기스타일을 재현한 시리즈로 2014년에 폴리싱 버전이 나왔고 2018년 브러쉬드 마감으로 재발매 됐습니다. 


이 시계는 1천개 한정판으로 나온 두 번째 버전인데 시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정리하겠습니다.


에어맨을 검색하다 보면 “에어맨은 쓰러지지 않아”라는 제목의 노래를 자꾸 마주치게 되는데, 사실 글라이신의 상황을 봤을 때 이 제목은 에어맨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시계는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의미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들을 가지고 있기에 기추를 결정했고, 결정할 때 찾아봤던 이야기들은 시간이 되는 대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에어맨의 시작



195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항공기술이 급속히 발달한 덕에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 안전하고 빠르다는 인식이 정착되었고, 대륙간 여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1958년에는 제트여객기가 등장하면서 여러 시간대를 몇 시간 만에 가로지르는 것이 가능케 되었으며, 우리의 시공간이 급격하게 압축되기 시작했습니다. 



글라이신 에어맨은 이런 시대적인 배경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1953년7월, 동남아에 출장 중이었던 글라이신의 영업이사인 Samuel Glur는 태국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인도로 넘어가기 위해 타이항공의 DC-4기를 탔습니다. (때문에 나중에 에어맨 DC-4라는 모델이 만들어집니다) 


당시는 비행 중에 승객들이 조종석을 구경하거나 파일럿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는 부기장 자리에 앉아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던 Ched Brown기장과 시계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가 파일럿들에게 어떤 시계가 필요하냐고 묻자 국제선 항공기를 조종하는 기장은 한 번에 두 개의 시간대를 파악할 수 있는 24시간 다이얼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항공 교통관제에서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그리니치 표준시(GMT)를 사용하고 있지만, 조종사는 현지 시간도 파악해야 하고, 시간대를 가로질러 비행하는 과정에서 오전과 오후를 구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전 세계 모든 조종사들이 이런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텐데 여기에 맞는 시계는 아직 나온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항공산업을 봤을 때 Glur는 이게 크게 성공할 아이템이라고 직감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캘커타에 도착하자마자 본사로 편지를 썼고, 여기에는 새로운 시계에 대한 스팩이 다음과 같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 방수, 오토매틱, 날짜창, 24시간 다이얼

- 시침은 24시간동안 1회전, 분침은 60분동안 1회전, 초침은 60초동안 1회전

- 24시간으로 분할된 외부 회전 베젤

- 무브먼트는 Felsa694


놀랍게도 이 편지를 받은 글라이신은 불과 4개월 만에 편지에 적힌 스팩대로 시계를 만들어냈고, 이 시계가 바로 PM/AM이라 불리는 첫번째 에어맨입니다.




글라이신은 1953년12월 초에 24시간 회전베젤과 회전베젤을 잠그는 크라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크리스마스 전에 그들의 첫 번째 고객인 Ched Brown기장과 그의 동료들에게 시계를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계는 세계 최초의 GMT시계로 기록됩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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