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어떤 선택을...
누구나 한 번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나 역시 이 꿈 앞에서 오래 고민하고 머물렀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어느 쪽도 쉽게 고를 수 없는 질문이다. 전 국민이 MBTI에 열광하는 이유도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을지 모른다.
나는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너무 좋아했던 스노우보드 관련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로 10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즐거움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순수하게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그 위에는 여러 무게가 더해진다. 경쟁, 목표, 성과, 평가 등의 무게 말이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움직이게 하던 원동력이었으나 어느새 그것들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던 일은 회사의 일이 되었고, 즐겁던 창작의 과정은 목표에 맞추어 방향이 틀어졌으며, 나의 일은 더 이상 내 것 같지 않아졌다. 열정 가득했던 마음은 어느새 해질녘 그림자처럼 희미해졌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선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했다. 결국 중요한 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어버린 일을 억지로 붙잡고 싶지 않았다. 경쟁에서 조금 물러나고, 목표는 너무 높지 않게, 성과는 나의 마음이 소모되지 않을 만큼만, 마지막으로 평가는 스스로 내릴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일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기로 했다. 그렇게 나다운 삶을 향해 나아갔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운 나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하듯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목표에 쫓기지 않고도 버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었고, 비효율도 감수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으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내었다.
조금 느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한 선택들이었다. 지금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선, 결국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보다 더욱 어렵고, 오래 걸리며, 섬세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야말로 좋아하는 일을 지켜주는 가장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