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엄마니까
유학을 떠난 지 1년이 채 안 되어
엄마의 암 소식을 들었다.
그때 엄마 곁에 있었던 사람은
아버지나 여동생이 아닌,
내가 버리고 간 전 여자친구였다.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
그러지 말라고,
엄마를 말리고 그녀를 말렸지만
둘 사이를 떼어놓지는 못했다.
떨어지기는커녕
비행기 표까지 보내주어서
나는 귀국할 수 있었고
엄마의 임종을 지켰다.
"넌 우리 엄마가 왜 좋았어?"
엄마를 선산에 묻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내게 남은 미련 때문이냐고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네 엄마니까."
― 내가 좋으니까
내 엄마도 좋았다는 말인가?
내친김에 마저 물었다.
"나는 왜 좋았는데?"
그녀는 살짝 웃었다.
"네 엄마 아들이니까."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들,
누가 나를 좋아해준들,
이만큼일 수 있을까?
이런 게 부부가 아니라면
우린 무엇이 될까.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도대체 엄마는
아빠가 왜 좋아?"
쉰이 넘은 아내의 미소는
여전히 고왔다.
"네 아빠니까!"
"아니, 결혼 전에는
내 아빠가 아니었을 거 아냐.
근데 왜 아빠랑 결혼했냐고."
"아, 그건 말이야…"
내가 끼어들어
말을 하려는 순간,
아내가 빨랐다.
"그땐 내가 정신이 헷가닥한 거지.
넌 그러지 마!"
아......
이런 게 가족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일까.